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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오도 Dec 27. 2022

안부를 묻다

은영선의 함께 걷는 길

https://youtu.be/uvM_4W8vWpk



지난 7월 '어떤 호소의 말들'을 출간한 후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다. 북토크 강연을 통해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도 신선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강연과 달리 방송 인터뷰는 주어진 시간이 15분, 30분 정도로 짧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준비한 말보다는 그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풀어내게 된다. 그래서 강연을 하는 나보다는 인터뷰를 하는 내가 나를 더 닮았다고 느껴진다. 목소리는 떨리고, 다소 횡설수설하곤 하지만, 그게 진짜 내 모습이기도 하니까.


그래도 방송 인터뷰를 다시 찾아보지는 않는다. 날 것의 나를 마주하고 싶지도 않고, 원래 하고 싶은 말과 실제 하고 있는 말의 간극을 알기에 쑥스럽고, 아슬아슬하다. 10월 말에 국악방송에 초대받아 제법 긴 인터뷰를 했다. 진행자인 성우 은영선 님과 나의 책에 대해, 억울함에 대해,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국에서 요청하여 책의 몇 페이지를 낭독하기도 했다. 성우 은영선 님의 눈빛과 목소리가 얼마나 다정하던지 1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오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듯 편안했다. 방송이 어떻게 나갔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았는데, 오늘 그날 방송분이 유튜브에 업로드되었다며 알려주셨다.


순전히 은영선 님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서 용기 내 들어보았다. 방송 처음에 상당히 긴장하여 발음이 많이 꼬이는 나. 중간에 네네,라는 추임새는 왜 그렇게 많이 넣은 걸까.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인정감을 찾고 자연스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휴. 인권과 억울함에 대한 이야기가 설교적이지 않고, 겨울밤 길을 나서는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듯 곡진하고 다정하게 들렸다. 아름다운 은영선 님의 목소리와 가야금 선율이 만든 기적 같다.


진행자가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해서 나는 이렇게 답했다. "괜찮으세요? 이렇게 서로 안부를 물었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그 마음이 '인권이 마음'이기도 하니까요"  그날의 이야기를 브런치 작가들과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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