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성탄절 전야.
옹기종기 단출한 가족이 모여서 티브이로 성탄의 기분을 느껴본다.
많이 달라진 성탄의 풍경.
거리에는 캐럴도 없고 들뜬 연인들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도 어김없이 달력을 사고 처음으로 한 일이 있다.
12월 25일을 찾아 동그라미 쳐두기.
숱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도 어김없이 한해의 클라이맥스로 남겨두고픈 날.
깨끗한 달력 위에 소소한 내 기대 거리를 적어 내려 가던 1월의 어느 날.
열두 번의 달력 페이지가 넘어가는 동안 거침없이 나의 기대를 빗나갔던 일상의 연속들.
하지만 말이야.
12월 24일 오늘 밤도 속는 셈 치고 기적을 믿어볼까 해.
그러나 어쩐 일로 오늘 밤엔 나만을 위한 기적이 아닌, 모두 함께의 기적을 빌어볼까 해.
내 소원보다는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영영 이별한 사람들을 위해 기적을 빌어볼까 해.
그토록 나 홀로였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니.
이 또한 크리스마스의 기적일까.
조용한 세상, 지극히 더 고요하게
나는 또 한 번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기다려볼까 해.
내가 다른 이들의 아픔에 머무르는 그 고요한 시간 동안에
나의 이기와 나의 에고가 치유되고 있었음을
사실 나도 알고 있었어.
우리들의 크리스마스가 누군가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기적이 되기를.
안녕! 크리스마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