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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Apr 30. 2024

유럽에서 '김치샌드위치'가 인기?

K-전성시대

지난 3월, 미국 CNN의 여행 부문에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 35가지를 소개하는 특집 기사가 게재됐다. 그중 하나는 바로 대한민국의 ‘김치만두’였다. 만두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에선 김치가 들어간 다양한 음식이 인기다. 해외 유튜버들은 김치 ‘먹방’을 선보이거나 직접 김치를 담그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김치 잼 샌드위치’와 ‘김치 샐러드’ 등 김치를 활용하는 레시피를 공유한다. 유럽의 카페에서도 김치 샌드위치가 메뉴에 등장하고 종가집 김치로 유명한 대상에서는 김치 스프레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김치 총수출액은 1억5560만 달러(약 2097억 원)로 1년 새 10.6% 증가했다. 이 중 미국으로 수출된 김치 규모는 3999만 달러인데, 이는 전년 대비 37.4% 증가한 것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종가집김치로 유명한 '대상'의 김치페이스트, 김치스프레드 (좌), 유럽 카페에 등장한 김치 샌드위치 메뉴 (우: 사진출처는 헤럴드경제)



김치의 인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면역력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사실 그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겨울 미국의 한 대형마트 체인 트레이더조에서 냉동김밥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재미교포 2세인 틱톡커가 어머니와 함께 트레이더조의 냉동김밥을 먹은 뒤 한국인 마켓에서 파는 김밥보다 낫다고 평가한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에서 거주 중인 한 지인은 미국인 친구들에게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양말, 화장품 등을 사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made in Korea’가 기능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과 직결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법무부 출입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92만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과거에는 일본, 중국 등 주변 동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며 거쳐 가는 곳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면 지금은 한국을 주요 목적지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23년 4분기 외래 관광객 4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 여행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한류 콘텐츠(31.9%)’가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필수로 방문하는 여행 코스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고궁, 유명 관광지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첫번째는 바로 편의점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주요 편의점 4사의 해외결제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모든 편의점에서 판매 상위 5위에 든 제품이 바나나맛 우유와 얼음컵이었다는 것이다. SNS에서 한국 편의점에서 시도해 봐야 할 간식으로 얼음컵에 편의점 커피와 바나나맛 우유를 섞어 먹는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관광객마다 따라 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의 대응도 발빠르다. 2023년 12월 오픈한 ‘CU홍대상상점’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홍대 지역 특성에 맞게 ‘라면 도서관’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매장을 꾸몄다. 외국인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접하고 나서 먹어보고 싶은 것으로 꼽는 봉지라면을 마치 도서관 책장처럼 빼곡히 벽면 가득 채운 것이다. 더욱이 관광객은 숙소에서 봉지라면을 직접 끓여 먹는 것이 어려운 만큼 해당 지점은 즉석 라면 조리기와 스탠딩 테이블을 다수 갖췄다. 일반 점포의 경우 컵라면 매출 비중이 80%인데 이곳은 봉지 라면 매출이 72.6%에 달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필수로 찾는 두 번째 장소는 드럭스토어다. 국내 화장품 오프라인 매장으로 손꼽히는 ‘올리브영’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위해 방한한 선수들의 아내들이 올리브영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리브영의 글로벌몰 회원 수는 2019년 3만 명에서 2023년 12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만큼 전 세계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K뷰티를 손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이 필수 쇼핑코스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발달한 ‘퍼스널 컬러 진단’과 같은 서비스를 경험하려는 관광객도 많아지면서 실제 거래 건수가 증가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코스는 ‘연예기획사’다. 사실 이곳을 가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고 이야기할 만큼 한국 아이돌 가수를 사랑하는 외국인 팬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K팝 팬들은 대형 연예기획사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굿즈숍에 들르기도 하지만 직접 K팝 댄스를 배우기도 한다.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2630만 명에 달하는 ‘원 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경우 수강생의 67%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이에 짧은 기간이나마 댄스 수업을 경험해보고 싶은 관광객에게 맞춤화한 수업으로 K팝 댄스를 배우고, 모두가 그룹 댄스 챌린지 영상을 촬영해보는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도 했다.

팬심에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연예기획사 주변 지역 유명 음식점에서 식음료를 즐기고 쇼핑을 즐기는 등 일대 상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SM 엔터테인먼트가 있으며, 한국인에게도 ‘핫플’로 유명한 성수동은 2023년 한 해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쓰고 간 돈이 2020년 코로나 당시와 비교해 약 17배 증가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다양한 산업에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이제 ‘K’라는 하나의 국가브랜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무엇이 해외 소비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단연 품질이다. 식품, 뷰티, 문화콘텐츠 등 위 산업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산업 자체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 이제껏 치열한 경쟁으로 축적된 실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특성이다. 이것은 전통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외국 여행을 할때 '현지인 ○○' 을 찾으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체험하고자 하는 것과 같이 외국인이 보기에 우리 일상은 충분히 흥미롭다. 오히려 전통 문화라는 명목으로 인위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 즐기는 일상 재발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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