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싶다>를 읽으며
우리 중 누가 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나왔습니까? 저 세상으로 떠나는 것도 내 의지와 상관이 없지요.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잖아요. 어차피 주어진 생명이니 나름대로 즐기다가 저세상으로 가자는 거죠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에요.
나이가 들면 좋은 점은 생활이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책임도 의무도 줄어들고, 시간이 늘어나고 인내심이 많아지고 감정이 섬세해진다. 평소에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불어난 시간에 하나씩 해 보는 재미를 누리는 것도 좋다. 여행을 하고 글을 쓰거나 악기를 배워도 좋으리라.
요즘 나는 매일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마다 신기하다. 주위에는 밤에 자다가 세상을 떠난 동창이나 선후배가 많다. 나 또한 내일이 반드시 예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와! 눈떴구나! 하하하’하고
쾌재가 터져 나온다.
이 순간의 찰나적인 신비감이라니!
...
이것도 나이 든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다.
일본 시인 이싸의 하이쿠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나는 최선이라는 말이 싫다. 최선은 내가 가진 100을 다 쓰라는 말이다. 그러면 씨앗을 먹어 치운 농부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차선이라고 해서 적당히 하다가 내키는 대로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매달리기보다 잘하는 정도에서 즐기고 만족한다는 뜻이다. 최선을 다하자고 하면 1등, 최고를 추구하게 되고 그것은 경쟁을 부추길 뿐 행복감을 주지는 못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중
살아 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인생의 시련은 자력으로 어찌해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심정으로 눈을 씻고 찾아보면 주변에는 작은 즐거움들이 늘 존재합니다. 그런 즐거움을 찾아내서 누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인생은 어떤 시련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겠다고 결심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미약한 인간이 인생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태도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