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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정 Nov 08. 2024

구름성에서 열린 파티

잠자리 동화

아이의 침대에 새 이불이 덮였어요.

아이는 다이빙하듯 침대에 뛰어들어

팔과 다리를 부비적거렸어요.

“아, 포근해.”

“그렇게 좋아?”

“응! 구름 위에 누워있는 것 같아.”

아이는 그렇게 엎드린 채로 잠이 들었어요.


“일어나!”

아이는 누군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푸르른 하늘뿐이에요.

한걸음 발을 떼보니 바닥이 엄청 푹신해요.

바닥은 솜 아니, 구름으로 만들어진 길이에요!

아이는 구름길을 따라 걸어갔어요.

트램펄린 위를 걷는 것처럼 몸이 자꾸만 뛰어올랐어요.


한참을 걷다 보니 길 옆에 표지판이 나왔어요.

화살표 모양이 그려져 있었어요.

아이는 화살표 방향대로 계속 길을 걸어갔어요.

또 한참을 걷다 보니 구름으로 만들어진 엄청 큰 성이 나왔어요.

아이는 계단을 올라가 성문을 두드렸어요.

”아무도 없어요? “

아이가 큰 소리로 외치자 구름성은 깜짝 놀라

구름 조각들을 흩뿌리며 아이의 말을 따라 했어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아무도 없어요?


잠시 후에 성문이 솜사탕 녹듯 사라졌어요.

사라진 성문 뒤에서 무지개토끼가 나타났어요.

“어! 무지개토끼다!”

“안녕? “

아이는 무지개토끼를 만나 반가웠어요.

무지개토끼의 뒤에서 강아지와 다람쥐도 고개를 빼꼼 내밀었어요.

모두들 빛나는 무지갯빛 털을 가지고 있었어요.

“내가 초대했어! 우리 구름성 파티에 말야.”

무지개 동물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어요.


성문을 지나 넓은 광장으로 가니

맛있는 음식들과 예쁜 장식들이 가득했어요.

모두 구름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에요.

아이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먹고 마셨어요.

구름 주스는 정말 신기한 맛이었어요.

컵에 뿌연 안개 같은 구름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마시면 입안에서 이슬이 되어 데굴데굴 흘렀어요.

아이는 구름 주스를 두 잔, 세 잔, 계속해서 마셨어요.


구름성 뒤로 해님이 떨어질 때까지

아이와 동물 친구들은 파티를 계속했어요.

그러다 아이가 갑자기 다리를 꼬며 말했어요.

“나, 쉬가 너무 마려워!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 “

그러자 무지개토끼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어요.

“구름성에는 화장실이 없을 텐데 어떡하지?”

무지개강아지와 무지개다람쥐는 화장실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화장실을 찾을 수 없었어요.


“으앙! “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울음과 함께 쉬도 나와버렸어요.

아이가 쉬를 하자 구름은 쉬에 녹기 시작했어요.

아이와 동물 친구들이 있던 광장부터

솜사탕 같은 성문도, 구름으로 만든 음식과 장식들도.

모두 다 녹아서 사라져 버렸어요.

아이는 더 크게 울었어요.


“괜찮아, 일어나.”

누군가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어요.

눈물을 닦으며 눈을 떠보니 엄마가 아이의 곁에 와 있었어요.

아이의 엉덩이와 그 밑에 깔린 새 이불이 축축했어요.

“어떡해......”

아이의 눈에 또 눈물이 맺혔어요.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어요.

“괜찮아, 다음에는 꼭 쉬하고 자자. 알았지? “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고개를 끄덕였어요.


여러분도 화장실이 없는 구름성 파티에 초대되면

꼭 화장실에 들렀다가 참석하기로 해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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