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동화
날씨가 쌀쌀해지면 내복을 입어요.
올해는 팔다리가 길쭉해졌다며
엄마가 새 내복을 사주셨어요.
새 내복은 얇지만 포근하고 아주 부들부들했어요.
그리고 토끼와 곰이 귀엽게 그려져 있었어요.
나는 새 내복을 입고 누워
내복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잠이 들었어요.
나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또 새 내복을 입었어요.
"이제 그만 다른 내복으로 갈아입자."
엄마가 말하셨지만 나는 다른 내복은 입고 싶지 않았어요.
계속 계속 내복을 입으니까
내복에는 케첩 흘린 자국도 생기고
장난으로 잡아당겨서 목이 찌익 늘어나기도 했어요.
그래도 난 새 내복이 좋았어요.
어느 날 밤, 잠이 들락 말락 하는데
누군가 내복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났어요.
등 뒤에서 소리도 났어요.
"아휴, 힘들다, 힘들어."
"그러니까 말이야."
뒤를 돌아보니 토끼와 곰이 몸을 탁탁 털고 있었어요.
"너희는......?"
"안녕! 난 너의 내복에 그려진 토끼."
"난 곰이야."
어디서 많이 보았다 했더니 내복에 그려진 토끼와 곰이었어요.
그런데 토끼와 곰의 얼굴이 좀 이상했어요.
토끼는 얼굴이 토마토처럼 발그레했고
곰의 얼굴은 양 옆으로 쭈욱 늘어나 있었어요.
"너희들 얼굴이 왜 그래?"
토끼가 말했어요.
"지난번에 네가 오므라이스 먹다가 흘려서
내 얼굴에 케첩이 묻었잖아. 기억 안 나?"
이번엔 곰이 말했어요.
"난 네가 목을 쭈욱 잡아당겨서 내 얼굴도 같이 늘어난 거라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토끼와 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다가
조그만 목소리로 겨우 물었어요.
"미안해, 얘들아.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그러자 토끼와 곰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쳤어요.
"세탁기에 넣어줘!"
나는 벌떡 일어나서 내복을 벗고 세탁기로 달려가 집어넣었어요.
"엄마! 내일 꼭 내복 빨아주세요!"
엄마는 눈이 동그래져 나를 쳐다보았어요.
다음다음날에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내 옷장 서랍을 열어보았어요.
거기에는 깨끗해진 새 내복이 반듯하게 접혀 있었어요.
내복을 들고 펼쳐보니 토끼와 곰이 웃으며 눈을 찡긋, 윙크해 주었어요.
그날 밤, 나는 새 내복을 다시 입고 잠자리에 누웠어요.
내복은 여전히 포근하고 부들거렸어요.
만지작만지작.
내복을 입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