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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송 Dec 01. 2021

나는 공무원을 시작하지 않았어야 했다.

지방교행 근무, 아딸바보, 아내바라기, 노마드공무원의 이야기

2005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부터였다. 국방의 의무를 마칠 때 즈음이면 누구나 했을 고민이었다. 나는 그렇게 공무원이 되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몇 번의 고민 끝에 전기직공무원(공고 전기과를 졸업했고, 당시 군대 보직이 발전기운용병이어서 저런 결심을 했었나 보다.)을 준비해보고자 기본서를 구입하여 조금씩 읽어 보곤 하였다. 제대를 몇 달 앞두고는 전공과목(전기이론과 기기)도 이해가 안 되고 이 걸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아, 과감히(?) 남들이 다 하는 9급 행정직 시험을 준비하기로 결심 하였다. 이때 부터 였던 것 같다.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 같은,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 갔던, 그렇게 내 눈물도 말라 버렸던 시간들의 시작.


나는 제대 후, 집에서 동강으로 기본서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2005년 여름은 제대를 한 해 였으므로 잠깐의 휴식을 괜찮다고 여겼다. 그래서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아주 친했던 친구 두 녀석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해 말에 행정직 시험과 소방직 시험이 있어 경험삼아 보았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시험장에서의 쓰라림 때문에 그해 겨울은 더 추웠던 듯 하다.


그렇게 공부법도 모르면서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도서관 의자에 앉아 열심히 기본서를 정독하면서 때가 되면 시험을 보고, 죽을쑤고, 또 시험을 보고, 죽을쑤면서 나는 점점 패배의식에 젖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포기하기엔 딱히 할 게 없었다.(대학은 4수 끝에 지방대에 반액 장학금을 받고 들어 갔지만 한 학기만 다니고 자퇴 후 군대에 갔다. 제대를 하면 대학이든 뭐든 다시 해볼 생각 이었다.) 나는 처절했지만 처절하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아니 었다. 나보단 처절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고, 나보다 머리 좋은 사람, 나보다 오래 공부한 사람 등등 나보다 더 준비된 사람이 먼저 합격해 나가는 게 이 바닥 이니까.

그렇게 나는 2006, 2007, 2008년을 패배의식 속에서 살았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 왜 안 되는 걸까? 다른 직렬에 잠깐 갈아 타서 그런가? 되든 안 되든 행정직 시험만 준비 했어야 했던 건가? 제발 이번 시험에 합격한다면 정말 열심히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하며 성실한 공무원이 되겠노라고 신에게 다짐도 했지만 신은 내게 합격 대신 항상 패배의식을 선물 해줬다.

그렇게 힘든 수험생활 동안 눈물 젖은 밥도 많이 먹고, 도서관에서 매일 마주치던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괜한 열등감도 느끼며, 때론 자살충동도 느끼곤 하던...내겐 너무나도 힘든 시간들 이었다.


신은 아마도 내게 좋은 머리는 주지 않았지만 대신에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숱한 낙방과 좌절 속에서도 난 꾸역꾸역 도서관에 나갔고, 조금씩 공부 방법을 바꾸면서 희망을 보기 시작했다.

스물아홉이 되던 2009년에도 합격권에서 5~10점차로 계속 떨어졌다. 올해는 뭐든지 해야 겠단 생각으로 소방직공무원 시험을 준비 했고 필기에 합격하였다. 비록 내가 준비했던 행정직 합격은 아니었지만 세상을 다 가진듯 한 기분이었다. 부모님이 너무나 기뻐하셔서 몰래 눈물 흘렸던 기억도 난다. 소방직은 필기 합격 후에 체력시험을 별도로 준비해야만 최종 합격을 보장할 수 있었기에 필기 합격자 몇명과 팀을 만들어 입시학원에서 체력시험을 준비하였다. 몇년 동안 책상에만 앉아 있어서 그랬는지 체력시험 준비 중 배에 담이 걸려 윗몸 일으키기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는데 다행히 체력시험을 통과하여 최종 합격을 할 수 있었다.


소방직 합격 후에도 나는 계속 도서관에 나갔다. 합격을 하고 나니 근자감이 생기면서 공부도 잘 되는 듯 하고 다음 시험은 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 했다. 당장 시험이 없었고 소방직 발령이 나면서 공부도 잠시 쉬게 되었다. 나는 그해 말 당시에는 화재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지역의 119안전센터에 발령이 나 경방 업무(화재진압 업무)를 하면서 그렇게....공무원으로서 첫 근무를 하게 되었다.   


* 글재주가 없어 손가락이 가는대로 글을 써 보았습니다. 오늘은 소방직 합격 후 발령 까지만 적어 봅니다.  교행직 10년차의 희노애락을 공유해보고 싶고, 아직도 무언가를 꿈꾸는 저와 여러분의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좋게 읽어 주셨다면 고맙겠습니다.

*배경은 코타키나발루산에 등산했을 때, 비가 내려 아쉽게 정상은 오르지 못하고 캠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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