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란문화재단에서 개최한 <그녀의 자리> 전시에서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관객 참여형으로 작품을 감상한 경험이 있다. 시각, 청각, 미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기억한 것들은 보다 오랫동안 풍성하게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 같다. 그때의 좋은 기억이 남아서인지 이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전시와 더불어 작가의 워크숍 소식에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내가 참여한 워크숍은 서지우 작가의 <쌓고 쌓은 쌓기>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워크숍에 필요한 동네 사진 제출 요청 메일을 받았다. 핸드폰 앨범에서 깊게 고민하지 않고 사진을 몇 장 골랐다. 메일 내용에 기재된 '평면 콜라주'에 대한 사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어떤 방식으로 워크숍에 참여하게 될지 구체적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워크숍 당일 서지우 작가의 작품과 전시장의 다른 작품 설명을 듣고 내가 준비한 이야기 재료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해졌다. 작가가 살았던 동네의 기억 조각이 하나의 이미지 형태로 구현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무엇보다 작품을 대할 때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서지우 작가는 그가 살았던 성수 대교와 옛 공장의 흔적에서 발견된 건축 재료, 구조물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치와 의미를 부여했다. 아픈 과거조차 무던하게 품은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담았다. 워크숍의 주제는 내가 담은 도시의 풍경 사진이다. 개인적으로 참여자들의 사진 설명을 듣는 것은 감탄을 자아내는 시간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 사진이어도 하나의 콜라주로 표현한 결과물을 보면 어떤 구조물 같기도, 하나의 풍경사진 같기도 해서 그 자체로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내가 준비한 사진은 주로 동네의 풍경과 간판을 담은 사진이었는데, 콜라주로 한데 모으니 서지우 작가님은 마치 '산책 지도' 같다며 예쁜 이름을 지어주셨다.
다른 어떤 참가자의 콜라주는 덕수궁 석조전이라는 동일한 배경에서 할머니 세대부터 손녀인 자신의 모습을
차례로 담은 사진을 하나의 풍경으로 담았다. 석조전건축물의 모습을 흑백의 계단 사진부터 컬러로 인화된 기둥 사진으로 조합하여 붙였는데 반듯하게 이어지지 않아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른 참가자는 오래된 아파트 풍경, 초록이 많은 자연환경을 담은 사진을 담았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그런 풍경이 익숙한 나는 그녀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의 대부분에 공감할 수 있었다.
서지우 작가님의 콜라주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관점과 시선을 다정하게 바라보고 공감하는 소통의 과정 또한 워크숍의 일부였다. 작가 개인의 작업 방식과 그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것 또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작품 관람의 또 다른 방식이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