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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an 17. 2021

흑백영화

2020년 12월 27일

< 홀로 집에> 비롯하여 어릴   무수한 미국 영화  거실에는 항상 오래된 흑백 영화가 나왔다. 그때 한국은 인터넷이니 뭐니  빠른 최신 영상들로 점철하던 시기여서, '쟤네는  옛날 영화만 보는 거야?' 혼자 생각했다.

최근 시간이 나면 대체로 넷플릭스 Netflix라든지 왓챠 Watcha 틀어둔다. 특히 왓챠에는 옛날 영화들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 Alfred Hitchcock이라든지,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 이전이라면 드물게 특별전을 여는 극장에 가거나 굳이 찾아봐야 했을 소위 명작들 말이다. 반세기  영화들은 지금 영화와는 호흡도, 내용도, 전개와 편집 방식도 달라서 엄청나게 시청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옛날 흑백 영화들을  때면 항상 어릴  TV에서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미국 영화들이 생각난다. 아마도 연말이라서  그럴 것이다.

성탄절 연휴에는 최소한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가지 넘기고, 대체로 집에서 죽은 듯이 보냈다.  여파로 지금 다시 스튜디오에 나와서 올해 마지막으로 넘길 원고 마감을 시작했다. 월요일에는 원고를 최종 기사로 내보내는 작업을 하고, 지난주에 보낸 제안서 하나를 조금  보충할 것이다. 화요일 오후에는  Zoom 화상 회의로 진행하는 '대담' 있다. 12 29. 새해를 이틀 남긴 그날이 오면 올해  일은 (일단) 마무리하게 된다.

옆에는 어둡게 조도를 유지한 스튜디오를 밝히는 탁상 조명이   있다. 마시다  위스키,   따르고 다시 코르크를 채운 선물 받은 와인과 차가운 커피도 있다. 생명이 끝을 다한   늘어지고 말라비틀어진 꽃을 담은 커다란 유리 화병과 최백호의 목소리가 나오는 하얀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다. 다음 주에는 몇몇 사람을 만날 예정이지만, 연말이 (계획과는 다른 방향이나) 조용하게 흐른다는 점이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영향이라기에는 최근 수년간 이맘때의 마음 상태는 어느 정도 비슷했던  같다.  모든 영화 속의 흑백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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