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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Nov 06. 2018

며느리의 일기장 24

네 마누라 버려라

 시삼촌께서는 국제결혼을 하셨고, 그로 인해 이런저런 갈등이 있으셨다.

그럴 때마다 시어머니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며 스트레스를 푸셨다.

시어머니는 그런 시삼촌께 매번 말씀하셨다.

"네 마누라 버려라. 네가 걔 없으면 못 사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다른 여자 만나면 되지."라고.


 사람을 버린다니.

옆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었지만, 들을 때마다 기가 찼다.

와이프가 쉽게 가지고 버릴 수 있는 존재였던가?

그 말을 들으면서 '언젠간 내 남편이 나 사이에 있던 갈등을 얘기하면 똑같이 말씀하시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미 하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말에 시삼촌이 진짜 외숙모를 버리거나 하지 않으셨지만, 가정에 충실하시진 않으셨다.

항상 가족들을 집에 두고 시댁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시거나 그 외에 사람들과의 약속으로 바쁘셨으니까.

그래서 외숙모의 SNS에는 남편이 함께해주지 않아 속상하다는 글이 많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네 마누라 버려라"라고 말씀하시던 시어머니께서는 항상 시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셨다.

시아버지께서 시어머니를 두고 어디 가시기라도 하시면 안달복달 못하셨다.

그러면서 외숙모나 내가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실 땐 혀를 끌끌 차시며 남편 하나 못 기다린다고 비난 아닌 비난을 하셨다.

내로남불이라고, 내가 하면 로맨스였고 남이 하면 불륜인 그런 상황이었다.


 더불어 내가 남편이 먹고 싶다는 메뉴나 남편한테 해주고 싶었던 요리를 해주면 옆에서 "네 남편 맛있는 거 너무 자주 해주지 마라. 자꾸 살찌잖니"라고 하셨다.

그렇다고 가끔 잘 못 챙기거나 하면 "네 남편 좀 잘 챙겨줘라. 고생해서 살 빠진 거 보면 속상하다."라고 하셨다.

속으로 나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싶었지만 그냥 "네."하고 말았다.


 아무튼, 시어머니는 나에게뿐만 아니라 외숙모께도 자비롭지 않으셨다.

누구든 쥐고 흔드셔야 마음이 편하셨던 거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집에 며느리가 들어오는 것이 본인을 도와줄 사람이 들어오는 거라고 생각하셨을지도.

그러나 참 황당한 건, 아가씨가 만나는 남자친구네 부모님도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시고는 "걔네 부모님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너네 아가씨가 좋다니까 어쩌겠니. 속상하긴 해도 잘 되길 바라야지."라고 말씀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내 딸은 귀하지만, 남의 딸은 그냥 남의 딸이었던 것이다.

가끔 결혼한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모두들 한결같이 말했다.

"딸 같은 며느리라는 말 대부분 다 거짓말인 거 같아.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야."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들 시댁에서 빚는 갈등은 비슷했던 것 같다.

아직까지도 결혼생활에 있어서 시집살이와 고부갈등은 해결되지 않는 숙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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