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전에 제가 쓴 시, <구(球)>에 대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왼쪽의 그림은 설명 그대로 바로 눈 앞에 있는 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예전의 주입식에 가깝게 배웠던 대로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그린 그림입니다.
빛의 방향도, 명암의 차이도 오른쪽 그림과 많이 다릅니다.
쓰면서 돌이켜보니 괜스레 구에게 미안해지네요.
조금 배웠다고 '이렇게 그리면 되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하면서 너무 엉터리로 그렸거든요.
한 가지 방식이 반드시 모든 것에 대입될 순 없는 건데 말이죠.
그 이후로 한참 동안 구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를 둘러싼
빛의 방향도 달라지고, 빛을 받고 있는 구의 색깔도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띄었어요.
순간 제 시야에 반짝거리며 들어온 구의 모습은 너무 예뻤어요!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두 눈'으로 바라봤을 때에야 비로소,
구는 저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습니다.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사물도 이런데 하물며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제 시야에만 갇혀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제 자신을 되돌아보며, 여전히 제대로 못 보고 있는 면은 무엇인지 더듬더듬 짚어봤습니다.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지긋이 대상을 응시하는 일,
이런 느낌을 꼭 간직한 채로 시를 쓰면서 모처럼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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