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공황발작
이게 처음이 아닐지도....
내가 공황장애일지도 모른다고 인지해버린 첫 공황발작은 너무나 평온한 일상 중에 발생했다. 남편이 오랜만에 쉬는 날, 단둘이 데이트를 할 겸 우리 부부 최애 맛집을 찾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명성의 맛집답게 사람이 정말 많았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린 후 드디어 식당에 입장했다. 순간 음식 냄새를 맡고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복작복작한 식당 안에 사람들이 부대꼈고, 어질어질해지면서 식은땀이 났다. 안 되겠다 싶어 식당밖으로 뛰쳐나갔다.
"오빠 나 안 되겠어. 아무래도 밥 못 먹을 것 같아"
"왜 그래. 몸 안 좋아?"
한 시간을 넘게 줄을 서고 경우 식당에 들어섰는 데 집에 가자는 소리가 얼마나 황당했을까. 하지만 남편은 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다고 한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나는 곧 쓰러질 사람 같아 보였다고.
"너 괜찮아? 입술이 파래"
나는 식당 옆 계단에 잠깐 풀썩 앉았다. 도저히 서있을 힘이 없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사지가 내 것이 아닌 거 같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정신을 차려 보려 부단히 애를 썼지만 상태는 더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눈앞이 깜깜해지고 별이 보였다. 정신을 잃을 것 같아서 그냥 계단에 널브러져 누어버렸다.
놀란 남편이 물과 사탕을 가져와서 나에게 먹였다. 저혈당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한 10분 이상 공황상태가 지속됐을까.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남편이 가져다준 물과 사탕을 먹으니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색도 돌아오고 입술색도 돌아왔다.
"여보 나 이제 괜찮아"
"진짜 괜찮은 거 맞아? 혈색은 좀 돌아왔다"
"몸이 곯았나 봐 나. 진짜 저혈당쇼크 같은 거 온 건가?"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냐. 이제 진짜 괜찮아. 집에 가서 그냥 쉬고 싶어"
나는 그렇게 남편과 고대하던 데이트를 망치고 집에 돌아왔다. 놀란 우리 부부는 별말 없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다급히 집에 와서는 저혈당 쇼크에 대해서 검색해 봤다. 아무래도 저혈당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공황장애를 검색했다. 나는 내가 고장 난 것 같았다. 사실 내가 이렇게 정신을 잃을 번 한 적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아서였다고 넘어갔던 과거의 사건들을 되새김질해 봤다. 머릿속엔 고약한 병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에이 설마 내가 공황장애일리가....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