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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테 Feb 05. 2019

뇌 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_정재승

 <과학콘서트>, <열두발자국>에 이어, <뇌 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라는 정재승 박사님의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정재승님은 이과 머리와 문과 지성을 모두 갖춘 완벽한 피조물인 것일까,, 앉은자리에서 1시간 만에 완독 할 정도로 ‘어려울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재주를 가진 분인 것 같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뇌과학자인 정재승님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신경과학 소재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시대와 연관 지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책은 크게 두 Part로 나누어져 있다. 

Part1. 사이코 시네마,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다

 - 자폐증, 다중인격, 기억상실 등 뇌과학과 관련된 영화 속 소재에 대한 이야기

Part2. 생명공학, 인간의 욕망에 답하다

- 유전자 조작, 인간복제 등 인간 생명을 둘러싼 과학적 사실들을 풀어내고 그에 따른 윤리적 이슈에 대한 소견


 책 첫 장부터 끝 장까지 흥미롭지 않은 부분이 없었지만,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챕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Cinema3. 하나의 육체에 깃든 여러 정신, 다중인격]


‘다중인격 장애’는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인격을 가지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다중인격 장애 환자들은 한 번에 한 인격이 그 사람을 지배하며, 대체로 변화된 인격에서 원래 인격으로 돌아갔을 때 그동안 생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영화]블랙스완 이미지

정신분열증이 아니다

 다중인격 장애는 종종 정신분열증과 혼동되기도 한다. 사람이 어느 순간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면 ‘미쳤다’고 보기 때문. 그러나 정신분열증의 경우, 정신분열 상태일 때 현실감 없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데 반해, 다중인격 장애 환자들은 각각의 인격들이 나름대로 현실감을 가지고 행동하며 통합적인 사고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다중인격이 성격의 분열인 반면, 정신분열증은 인지와 감정의 분열인 것이다.


그들은 왜 새로운 인격이 필요했을까

 다중인격 장애 환자 100명을 조사해본 결과, 사례들 중 86퍼센트가 성적인 학대를 받은 과거력이 있었고, 75퍼센트가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45퍼센트는 아동기에 폭력적인 죽음을 목격하기도.

정신과 의사들은 이것을 심한 학대나 정신적인 외상으로부터 받은 충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대면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중인격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서 주인공 스탬플러는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대주교를 살해한 죄로 기소되나 다중인격자인 척 행세해,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다.

하지만 다중인격자에게서 나타나는 각각의 인격을 서로 다른 사람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한 사람이 가지는 인격의 서로 다른 측면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 다중인격 장애에 대한 진단 판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한가도 법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된다.

다중인격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무의식적인 본성과 선과 악의 대립적인 양상을 가장 극적인 형태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Cinema9. 이유 없는 범죄, 폭력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인간이 폭력을 휘두르는 데는 대개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살인까지 저지르는 극단적인 상황 기저에는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킬 만한 이유가 존대한다. 그러나 인간의 폭력성이 소름 끼치는 대목은 살인이나 폭력, 강간 같은 잔혹한 범죄가 종종 뚜렷한 이유 없이 저질러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심심하고 할 일이 없어서 털다?

 ‘이유 없는 범죄’가 사회 병리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영화에도 종종 이런 유형의 범죄가 등장했다.

(주유소 습격사건, 그들이 주유소를 습격한 동기는? 심심하고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영화] 주유소습격사건 이미지

뇌에 담긴 폭력에 대한 불편한 진실

 ‘대다수의 범죄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뚜렷한 이유 없이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혹시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폭력적인 성향을 타고난 것은 아닐까. 

1)    테스토스테론

‘폭력적인 남자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됨’ 같은 죄수들이라도 강력범일수록 체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높다는 사실

2)    세로토닌

폭력적인 사람일수록 세로토닌 호르몬 수치가 낮다는 사실. 세로토닌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 이 세로토닌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평정심을 잃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향이 높다.

3)    아드레날린

‘폭력’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호르몬이 바로 ‘아드레날린’. 아드레날린은 사람이 흥분할 때 근육을 긴장하게 만들고 심장박동을 증가시키며 근육이 활동할 수 있도록 포도당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함. 폭력적인 사람일수록 전두엽의 활동량이 낮은 경향이 있었다. (전두엽은 이마 뒤에 위치한 뇌 영역으로서 추론과 고등 사고 같은 지적 활동에 관여하는 영역)

 

 이처럼 폭력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인간의 폭력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범죄를 줄이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리라는 전망이지만, 이런 연구가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인간이 폭력 성향이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은 자칫 ‘우생학’의 망령을 되살릴 수 있다. 만약 폭력과 범죄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향의 영향을 받는다면, 과연 우리는 범죄자들에게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Cinema20. 인간 복제 기술은 도마뱀 인간을 만든다?]


 1997년 2월, 복제 양 돌리가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를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은 이제 여성 혼자서도 생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남자는 수정란을 착상시킬 자궁이 필요하다.)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 아닌 문자 그대로 ‘복제’의 형태로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처’에 복제양 돌리에 대한 논문이 실리기 전까지 발생생물학의 모든 교과서에는 포유류의 체세포 복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러나 돌리의 탄생 과정에서 보듯,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하여 만든 수정란이 다시 분화하여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점은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의 역분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원래의 줄기세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분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한 기형 및 여러 질병들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암이 그 대표적인 예) 또 팔이나 다리가 잘린 사람의 말단 세포에 팔과 다리 형태에 대한 정보를 넣어주면, 세포 분화가 새롭게 이루어져 다시 팔과 다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like 도마뱀)

 생명 연장에도 복제 기술이 이용될 수 있다. 우리가 늙는 것은 분화된 세포의 수명이 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줄기세포가 더 이상 수적/양적으로 분화 세포를 만들 수 없어서다.

인간 유전자 복제 기술

해결되지 않은 쟁점들

인간 유전자 복제 기술은 21세기 우리의 삶에서 질병을 몰아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간의 배아를 파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아를 단순 세포 덩어리로 볼 것인가? 배아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인 생명체로 볼 것인가? 게다가 유전자 복제 기술의 안정성이 아직 검증된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큰 문제다.

돌리의 화려한 탄생 이전에는 277번의 실패가 있었으며, 우리나라 복제 소 영롱이도 1만 5000번의 실패를 등에 업은 결과. 유전자 복제로 태어난 생명체의 안정성은 반드시 몇 세대를 거쳐 검증되어야 한다.

 

★더 생각해볼 문제


-      다중인격

 우리는 다중인격을 장애로 취급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선하기만 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가시나무’ 노래 가사처럼 내 속에 내가 너무나 많을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내 안의 악한 생각과 이기적인 마음을 누르고, ‘선한 인격’을 끄집어내야 할 수 있어야 한다.‘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지킬 박사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선한 인격의 비중을 점점 늘려나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고등 생명체니까.


-      폭력

 나는 폭력적인 모든 것을 싫어한다. 폭력적인 영화/소설도 보지 않는다. 그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이 파트를 보면서, 폭력이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되었다. 

항상 궁금했었다.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끔찍한 범죄들, 너무나도 잔인한 그 행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생각인 걸까. 그 나름의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폭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묻지마 살인’, ‘묻지마 폭력’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책에서 설명한 것처럼 물론 생물학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개인의 의지에 의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정말‘우생학’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영화 ‘가타카’처럼 끔찍한 결말을 맞게 되지 않을까.


-      인간 복제

 어릴 적, 복제 양 돌리에 대한 뉴스를 접했던 때를 떠올렸다. 내가 복제돼서 나와 똑같은 사람이 생긴다면? 생각만으로도 무서운 일이다. 내가 특별한 것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기 때문이 아닌가? ‘진짜 내’가 어느 날 죽는다 해도, ‘복제된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복제 기술이 질병을 몰아내는 것에 사용되고, 팔을 잃은 사람에게 팔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일에 사용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겠지만, 권위와 부를 축적하려는 세력들에 의해 한없이 악하게 활용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한 재앙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아무 생각과 기준 없이 휩쓸려 따라간다면, 기술의 발전은 오히려 인류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무엇을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려 하는지 그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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