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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테 Apr 14. 2019

이토록 매력적인 조르바라니

누구보다 뜨거웠던 '그리스인 조르바'

 오랜 시간을 들여 지식을 취하듯 내용 하나하나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후자의 방법으로 읽어야 조르바와 카잔차키스의 대화를 옆에서 생생하게 듣는 것처럼 소설에 깊게 빠져들 수 있다.


 조르바는 내가 근래 만나 본 그 어떤 이보다도 매력적인 사람이다.
‘이 사람 겉으로는 웃고 있 속으로 또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겠군 , ‘내가 무언가를 한번 해주면 답이 오지만, 실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군.’라는 머릿속 계산에 지쳐있을 때쯤 접해서인지 조르바의 저돌적이고 투명하며 화끈하고 의리 있는 성향에 감명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고전이라고 해서, 또는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이라 해서 나에게도 똑같이 좋은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마다 취향, 살아온 삶의 모습, 가치관, 관심분야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책을 읽어도 당연히 감상이 다르기 마련이며, 모두가 극찬하는 유명 소설일지라도 나에게는 그 어떤 느낌도 주지 못할 수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 내내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며,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 어떠한 상황/사람을 대할 때 항상 카잔차키스처럼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리지는 않았는지,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삶의 모든 것에 경탄하는 조르바와 달리 ‘익숙함’에 젖어 아무것도 새로울 게 없었던 메마른 감정이 아니었는지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가 영화로 어떻게 그려졌는지도 보고 싶다.


책에 따로 적어두고 싶은 문장이 얼마나 많던지 일일이 책장마다 포스트잍을 붙여놓기에 바빴다. 회사 도서관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주문하였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 (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 98p

우리는 밤이 깊도록 화덕 옆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닷소리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 119p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그가 조금 뜸을 들이고는 말을 계속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 321p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 – 333p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을 세워야지요.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 391p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면서도 우리의 눈은 하릴없이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 모습, 몸매와 몸짓을 기억하려고 하니…, 부질없어라, 몇 년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르렀던지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것을. – 4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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