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동기를 쓰며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앞서 산업과 직무에 대해 충분히 고민이 이루어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입사지원서를 써서 ‘취업 성공’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
입사지원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름, 성별, 학력, 어학점수 등 내 삶의 객관적인 지표를 입력하는 파트와
두 번째는 기업이 던진 질문에 대해 그 본질을 파악하고 나의 경험을 녹여 적절한 답변을 쓰는 자기소개서이다.
이전에는 지원동기, 성장환경, 성격 장단점 등 천편일률적인 질문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 하나를 잘 써놓으면 기업명만 슬쩍 바꿔서 어디에든 제출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마다 요구하는 질문, 원하는 답변,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채로워졌기 때문에 써야 하는 회사는 많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지원자들 입장에서는 한숨이 푹푹 나오기 마련이다.
기업마다 문화와 인재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 질문을 왜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묻고자 하는 내용은 이거였구나.라는 깨달음이 올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든 면접을 보든 ‘질문’의 본질을 잘 파악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자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단골 질문, ‘그 많고 많은 회사 중에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어?’, 즉 WHY에 해당하는 ‘지원동기’는 보통 가장 첫 순서이다. 첫 질문부터 막막하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워드 창을 켜놓고 한참 고민하다 내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글을 적어놓고 절망한다.
지원동기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회사에서 원하는 답변’과 ‘내가 이 회사를 지원하려는 진짜 이유’ 간에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부터 ‘난 무조건 OO회사에 취업하고 말 거야’라는 의지와 열정 불태우며 한 회사를 타깃으로 일관된 경험을 쌓아온 지원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진짜 솔직한 지원동기는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1.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부모님 용돈 받기 눈치 보인다)
2. 이왕 회사 들어가서 일 하는 거, 높은 수준의 급여와 복지혜택을 보장해주는 너희 같은 큰 회사 직원이 되고 싶다.
3. 취업이 워낙 어려워서 일단 공고 뜨는 곳은 지원서 내고 봐야 한다. 나 뽑아주는 데면 어디든 열심히 일할 각오가 되어있다.
이런 솔직한 심정을 기업 채용담당자는 과연 모르는 걸까?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안다.
그럼에도 왜 많은 회사가 끊임없이 지원동기를 요구하며 지원자를 괴롭게 하는가?
손자병법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정신으로 기업이 왜 많은 비용을 들여 공채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교육시키는지 그 이유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바로 실무에 투입시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수시로 채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유명한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필요한 직무내용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을 채용한다.
비록 규모는 점차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독특한 대규모 ‘대졸 공채’를 지속해오고 있다. 단순히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도리를 다 한다는 명목으로는 그 이유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일시하는 “로열티”를 갖춘 미래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경력직과 신입이 다른 점은, 신입은 하얀 도화지와 같아서 기업이 원하는 대로 그 위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덧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똑똑하고 잠재력이 있는 신입을 뽑아,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방향성, 마인드셋과 업무방식을 오롯이 심겨주면 비로소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가 탄생하는 것이다.
사전에 ‘로열티’의 싹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 회사에 왜 지원했니?’를 물어보는 것이고,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물음에 대해 왜 내가 이 회사에 fit 되는 인재인지 설득력과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서류 단계의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는 회사에 지원하려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파악이 되어있어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어떤 대가와 상관없이 즐겁고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있는가? 어떠한 일을 수행하기에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는가? 무엇을 할 수 있길 바라는가?
나의 고유한 특징, 성향, 그리고 내가 경험한 모든 것에 대해 온전히 숙지하고 정리를 해둔 후, 기업이 원하는 것에 맞춰 그때그때 키워드를 꺼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상대에 대한 파악도 필수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게 꼭꼭 숨겨진 기업이 아니라면, 지원하려는 기업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더구나 상장기업이라면 공시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마음먹고 조금의 노력을 기울이면 접한 정보를 통해 기업 분석 또한 가능하다.
기업은 신입일지라도 입사 전에 회사에서 맡을 직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준비된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 인턴을 하거나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해 먼발치에서라도 사업과 직무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 단순히 잠재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최대한 직무 수행 준비를 많이 한 사람임을 증명해야 한다.
아직 증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나가면 된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신기하게도 지원자의 마음이 글을 통해 전달되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리 짜임새가 좋고 잘 쓴 글이라고 해도 그 안에 진정성이 없고 가식만 가득하다면 면접 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가고 싶은 회사라면, 열망과 진정성에서 비롯된 전략과 전술이 생겨날 것이고 그 뜨거움이 자기소개서를 읽는 실무자에게 생생히 전달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