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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Sep 02. 2023

아무도 연재해주지 않는 브런치 작가(1)

오래된 방영했던 효리네 민박 시즌 1을 아내와 함께 재밌게 보았습니다. 스텝으로 왔던 아이유씨가 밖에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 장면이 나왔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타인이 책을 읽는 장면을 티비에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아이유씨가 읽던 책은 민음사에서 번역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밑줄 치며 읽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아이유씨는 평소 독서를 하는 사람이구나. 독서를 하는 자세를 보면 알 수 있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저의 직업은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운동 강사로 활동하지만 신기하게도 운동보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자전적 단편 소설과 시를 써서 수많은 공모전에 공모했지만 번번이 탈락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단편 소설 습작은 부끄럽기만 합니다. 


몇 년이 흐르고 다시 한번 소설을 도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언제나 객관적으로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는 편집자 아내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했으니까 꽤 믿을만할 겁니다.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며칠을 미친 사람처럼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보여주었죠. 


"어때?"

"아이디어는 괜찮네. 그런데 뭐랄까. 자기 문체는 소설하고 맞지 않는 것 같아. 특히 이 부분 '너는 유물론자이니?' 이건 뭐야? 진짜 이상한데."

"그래? 그런데 주인공이 눈앞의 현실을 믿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다면 철학적 용어로 유물론자라고 표현한 건데 이상해?"

"응 너무 이상해. 사실적인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져."


좌절감을 느끼고(저는 생각보다 글에 있어서는 좌절감을 잘 느낍니다) 소설은 내팽개쳐버렸습니다. 쓰기 싫어졌거든요. 아내의 지적이 타당할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객관적인 편집자라 꼭 쓴 글을 보여주고는 합니다. 팟 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에서 장강명 소설가는 자신이 쓴 글을 아내에게 먼저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혹평하는 아내를 보면 매우 화가 나고 속상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보여줘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보여준다고 합니다.

 

저는 장강명 소설가처럼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쓴 글은 아내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소설은 몇 개월 파묻혀 있다가 다시 꺼내져서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내를 보여주었습니다. 


"음.. 크게 달라진 게 없네? 자기 문체는 소설에 안 어울려."

"그래..?"


그날 이후로 소설을 쓰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의 내면에도 느끼고 있던 부분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제 문체는 컬럼니스트, 평론 쪽에 맞는 것 같습니다. 느낀 부분을 나름대로 진중하게 설명하는 것의 문체를 쓰기 때문이죠. 그래서 갑자기 이런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어디도 제 글을 연재해주지 않으니까 '저 스스로 연재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 길 펜더는 소설가를 꿈꾸는 영화 대본 작가입니다. 그에게 신비로운 일이 생겨납니다. 1920년대 파리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것이죠. 그곳에서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읽지 않겠다는 헤밍웨이에게 거트루트 스타인을 소개받고 소설을 평가받게 됩니다. 그렇게 길의 인생은 굉장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토록 존경하던 헤밍웨이를 만나서 아이처럼 좋아한 길 펜더처럼 제게도 언젠가 마법 같은 일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피츠제럴드를 사랑하는 제게 말입니다.



Writer by, N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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