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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Dec 27. 2020

반려견, 루시한테 보내는 편지.


내가 어떤 실수를 해도 사랑해주는 루시야.


아빠가 오늘 일을 하던 중, 네 어릴 때 사진을 보았어. 

그러다 너를 처음 만난 날 영상을 보게 됐어.

벌써 4년이 넘은 옛날이야. 

너의 어릴 적을 생각하면 아빠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면서,

동시에 마음 한 구석이 아파. 


너를 데리러 온 날, 분양해주시던 훈련사 분은 거실에 풀어놓지 말고 울타리를 만들어 

거기에 너를 두라고 말씀하셨어. 사실 이해가 돼. 정이 들지도 않은 강아지가 거실을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고, 오줌을 아무 데나 누게 되면 파양 될 수 있으니까. 처음 울타리를 치다가 엄마랑 나는 마음이 조금 약해져서 너를 잠깐 풀었어. 기분이 좋았던지 너는 거실을 활개 치며 뛰었지. 그때 좋았던 기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 조금 놀다가 피곤했는지 너는 거실 중간에서 잠이 들었어. 절대 잊을 수 없는 모습이지. 

그때 너는 아기 천사 같이 사랑스러웠어. 

잠들어있는 너를 보면서 아빠는 느꼈어. 너랑 평생 행복하게 살 것 같다고.


내 딸 루시야.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고, 너를 행복하게만 했어야 하는데,

미숙한 아빠한테 와서 네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어.

첫날이 지나고, 다음 날 날씨가 좋지 않았지. 기억해?

비가 많이 오고, 천둥이 치고 그랬잖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엄마한테 가끔씩 말해. 너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거실에 있는 작은 베란다에 네 공간을 마련해주고, 엄마와 아빠는 안방에서 따로 잠을 잤어.

그때 어설프게 공부를 한 아빠는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면 안 된다고 들었고, 또한 지저분한 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했어. 그 날 새벽,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너는 무서웠는지 연신 하울링을 외쳤지. 아빠는 그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어. 나중에 책을 통해 알게 됐지. 네가 외치던 하울링은 네가 거기에 있다고 찾아달라고 외치던 소리였어. 그 뜻을 엄마한테 이야기했고, 우리 둘은 숙연해지며 울었어.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자꾸 하울링을 외치는 너를 안방에 데리고 왔지만, 침대에 올리지는 않았지. 너는 낑낑 되었고, 아빠는 그냥 왜 그러니? 이런 말 정도밖에 하지 않았어. 그때 너를 침대로 데리고 와서 끌어안고 같이 잠들었다면, 너는 소리에 덜 예민한 강아지가 되었을까? 지금도 천둥이 심하게 칠 때면, 무서워하는 네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고 미안하기만 해.


그렇지만 루시야. 엄마 아빠는 네가 찾아와 줘서 너무 고맙고 행복해. 아빠가 화내고, 짜증내고,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언제든 나를 다시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네 모습을 볼 때면, 너를 보내준 하늘에 감사해. 

언젠가 아빠 품을 떠날 때, 이별이 힘들어서 너를 만나지 말걸, 이런 후회보다, 육체적 상실은 겪지만, 네가 아빠한테 가져다준 마음은 상실되지 않기에, 절대 후회하지 않고, 평생 너를 생각하다가 너를 찾아갈게. 


항상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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