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급쟁이의 쓰라린 이야기.
최규석 작가의 2015년 작품 <송곳>을 오랜만에 읽었다. 방송 일을 하던 2010년대 중반에 처음 읽었으니 거의 10년만이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 회의도 들고,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도 영영 이렇게 살 것 같아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송곳>은 대형마트에서 자행되고 있는 노동자 인권 유린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측은 노동자에게 계약 조항에도 없는 추가 노동을 요구한다. 말을 잘 들으면 승진을 시켜주겠다, 계약을 연장해주겠다는 구실로 노동자들을 구워 삶는다.
노동조합을 깨부수려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시킨다. 임원은 상급 관리자에게, 상급 관리자는 중간 관리자에게 잔인한 명령을 하달한다. 명령을 받은 중간 관리자는 어떻게든 일을 끝내기 위해 조직에서 가장 힘 없는 노동자를 조종한다.
<송곳>을 다시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대형마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통업계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자기 생각만 하고, 자기 회사에 돈 벌어다주는 노동자를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인간사회 모든 조직의 이야기이다.
전망이 밝지가 않다. 호기롭게 탁탁 털고 나오자니 앞으로 닥칠 차디찬 풍파가 두렵기만하고, 참고 견디자니 인간 존엄 자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시간은 점점 빨리 흘러만 가고, 노동자는 쌓여가는 제 나이와 함께 점점 닳아 없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