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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Jun 28. 2023

'내 귀에 캔디' 목소리에 웜톤 더하기

따스한 목소리를 위한 레시피

 

누군가의 목소리로 내 마음이 데워진 경험이 있는가?  

위로를 주는 따뜻함으로 가슴이 뛰고, 그로 인해 눈물이 날 정도의 따뜻한 목소리. 아마도 내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목소리’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5월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마음이 시리던 19살의 내가 으레 떠오른다. 그리고 나를 위로해 주던 한밤의 라디오 DJ, 가수 이소라 언니가 생각나서 그날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소환해 본다.     


“에구~ 그래요~ 많이 힘들구나~ 고운 씨. 힘내요!”     

“앞으로 분명 더 즐겁고 행복한 날이 올 거예요”    

 

단순히 텍스트만으로 봤을 땐 그다지 별다른 말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녀의 음성을 거치면 텍스트에서는 마성의 힘, 치유가 우러나왔다. 한마디로 ‘내 귀에 캔디’ 같은 목소리였다고 할까. 그땐 그저 DJ 소라 언니가 따뜻한 사람이구나! 좋은 사람이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교육 일을 하는 지금은 이렇게 생각을 더하게 되었다. ‘아! 그리고 목소리 요소 하나하나가 참 따뜻한 분이었지!’      


    


‘내 목소리에 따뜻한 색채를 입힌다면?’    

  

따뜻한 목소리가 지속적인 인상을 남기고 신뢰를 조성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게 된다. ‘운이 좋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타고난 재능 아닌가?’, ‘따뜻한 목소리도 상황과 목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따뜻한 목소리’의 본질부터 이야기해볼까 한다. 단순히 친절한 느낌, 부드러운 느낌이 아니라 ‘호감을 일으키는 목소리’로서의 차원으로 말이다. 목소리가 따뜻하다는 의미는 다른 말로 호감을 주는 목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듣는 사람이 화자의 음성을 그만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호감을 주는 목소리의 중요성은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확장성을 가지기에 더욱 중요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취업 면접, 프레젠테이션, 고객 서비스와 같은 전문적인 환경에서 친구, 가족 및 사랑하는 사람과의 개인적인 상호 작용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목소리를 통한 나만의 호감성을 키우고 연마함으로써 긍정적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온화한 느낌을 만드는 곡선형 억양 더하기      


곡선형 억양은 말의 높낮이가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억양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곡선형 억양을 사용하면 듣기 좋은 느낌에 좀 더 마음을 열고 다가서게 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 눈앞에 거꾸로 뒤집힌 무지개 모양을 그리며 부드럽게 말해보자. 각 음절이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마지막 억양이 상승형으로 연출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말하는 문장이 길거나 의미 단위가 여럿일 때는 곡선을 물결처럼 연출하면 자연스럽다. 억양은 올라가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포물선으로 내려오며 처리되기도 한다.


            



“말 끝에 늘임표 더하기 

    

말 문장의 어미를 좀 더 느린 느낌으로 연출하는 것은 전달하는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은 말하는 속도를 안정적으로 늦추기도 하며, 듣는 사람이 나의 말을 흡수하고 내면화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또한 말의 끝을 느린 박자로 연출함으로써 공감과 감정적 연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내가 현재 대화에 진심이라는 점, 그리고 상대방에게 주의를 크게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영향력을 부여하는 도움을 준다.    

  

"잘하고 있어, 계속해봐!" 

(어~), (봐~) 소리를 늘이며 곡선 어미를 부여하자. 격려와 지지를 강조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난 널 믿어!" 

(어~)하며 마무리를 곡선형으로 길게 처리해 보자. 변함없는 믿음과 확신이 강조되는 느낌을 부여한다.


           

들숨과 날숨의 느낌 더하기     


곡선형 억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억양의 리듬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말을 할 때 숨을 충분히 쉬고, 천천히 빠르지 않은 박자로 말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을 시작하기보다는 항상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내쉰 뒤 여유 있게 말을 시작하자. 한결 편안한 인상으로 말을 시작할 수 있고, 경청의 태도가 이로써 표현되기도 한다. 


말을 하는 가운데 의미가 끝나는 단위에서 한 번씩 들숨과 날숨을 취하며 쉬어가자. 이때의 호흡은 안정적인 음성을 위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말의 의미에 따른 여운과 감성을 가미할 수도 있어 여러 모로 중요하다. 아래에 제시된 훈련 문장들을 곡선과 호흡을 살려 천천히 연출해 보자. 

         

(호흡) 눈이 마주친 이 순간, (호흡) 시간은 멈춘다. (호흡)(호흡) 우리 사이의 연결의 깊이, (호흡) 우리 사이의 무언의 말은 (호흡) 담을 수 없는 감정의 캔버스를 그린다. (호흡)(호흡)     


(호흡) 인생의 폭풍을 통해 나는 (호흡) 내면의 용기를 발견합니다. (호흡)(호흡) 내가 진정으로 비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호흡) 역경에 직면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호흡)(호흡)     


(호흡) 너는 따뜻함, 친절, 흔들리지 않는 정신으로 (호흡)(호흡) 가장 어두운 구석까지 비춰주는 (호흡) 내 삶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야! (호흡)(호흡)   

       


진정성 있는 태도 더하기   

  

따뜻한 목소리를 낼 때 요즘 소위 말하듯 영혼이 빠진, 단순히 기계적인 음성을 내기보다는 진정성 있는 마음과 태도를 가져보자. 생명력 있는 음성과 표정을 드러내는 기제가 되고, 영향력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소통의 기본옵션으로 통한다.


진실한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목소리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간단한 실험으로 지금 당장 휴대폰 음성메모 버튼을 누르고 목소리를 녹음해 보면 단숨에 파악할 수 있다. 내가 당장 오늘 경험한 에피소드를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며 말하는 것과 없던 일을 마치 내 일 인양 꾸며서 말해보는 것, 전자와 후자는 분명 다른 느낌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괜찮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느리고 부드러운 어조)

"고마워. 네가 있어줘서." (밝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사랑해." (나직하고 다정하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친절하고 밝게)

"도와드릴까요?" (친절하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느낌으로)

"잘 지냈어?" (친근하고 호기심 있는 느낌으로)

"무슨 일이야?" (걱정스럽고 도와주고자 하는 느낌으로)

"어서 말해봐. 내가 들어줄게." (친절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느낌으로)

"힘내." (격려하고 응원하는 느낌으로)


"말 한마디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괴테가 남긴 어록처럼, 진정성이 담긴 따뜻한 목소리는 우리에게 위로와 치유, 그리고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물질적 소유와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이 종종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감정의 교류는 더욱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힘과 탄력성을 여는 목소리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 또한 새삼 흥미롭다. 혹시라도 지금 당장 주변인이나 현재의 나 스스로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따스한 레시피로 빚은 마음속 한마디를 선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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