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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May 10. 2020

세로토닌

나는 우울증이 있다.

병을 병으로 인식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비염이 걸린 사람이 콧물을 흘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무기력하고 눈물을 흘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을 병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그랬다.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나는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와서가 아니라 단지 병이 있어서 그런 거였다.


완치가 있는 병이 있고 없는 병이 있다. 우울증의 경우는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한다면 개선이 되는 병이다. 그렇게 믿는 편이 편하다.


그러니까 나는 이랬다.


'부부의 세계'만 봐도 눈물을 흘리고, 크리스마스 따뜻한 모습을 보면 눈물을 흘렸다. 아주 많이 흘렸다. 그건 감동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상한 거였다. 남들은 안 그러는데 왜 나는 그런 거지? 이건 병이었다. 병을 병으로 인식하기 전의 이런 것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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