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30대 중반과 신입. 흔하게 볼 수 없는 두 가지 단어의 조합이지 않나요. 저는 33살에 그전까지 하던 것들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33살에 신입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게다가 그전까지는 해본 적 없는 일을 말이죠.
머리가 너무 커버린 33살이 생초짜 신입으로는 어디든 힘들겠지만 조금 더 힘든, 메이크업 쪽으로, 게다가 청담에 있는 나름 대형 메이크업샵에 33살에 신입으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후 첫 주에는 제가 그곳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정말로 그곳에 합격하고 싶었거든요. 30 중반의 완전 초짜인, 전공도 메이크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과를 나온 저를 뽑아준 것에도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다른 스탭들을 보면 고등학교도 미용고등학교를 나오고 대학 역시 미용 쪽으로 나왔더라고요.
'나는 메이크업과는 아예 상관이 없는 국문과와 문예창작학과 복수전공에 나이도 많은데 이런 나를 뽑아주다니. 역시 제일 중요한 건 열정과 간절함이야!'
라고 생각하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합격 후 첫 주에는 매일 출근하면서 햇살이 너무나 따스하게 느껴졌고, 살결에 스치는 바람에도 행복했습니다. 그때의 열정만큼은 지금도 그리울 정도입니다. 단순 작업도 행복하게 해냈고, 청소도 즐거웠습니다. 선생님들이 작업할 때 옆에서 가만히 서서 메이크업을 하는 걸 지켜보는 것은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영광이라고 느꼈습니다. 심지어 돈을 받으며 이런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니! 이것만 읽으셔도 제가 얼마나 간절하게 그곳에서 성공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으시겠죠?
국문학을 전공한, 33살의 여자가 왜 갑자기 메이크업에 꽂히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메이크업을 하는 게 즐거웠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던 일을 다 버리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만큼 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제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나는 그래도 열정과 실력이 어느 정도 있으니 금방 디자이너를 달고, 실장, 그 후에 원장까지 속전속결로 달 수 있겠지?! 나중에 돈과 명예 모두 얻어서 내 샵을 차리는 것도 좋을 거야. 방송에도 나오고 나중에 강의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저의 헛된 꿈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