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괴리
저의 큰 포부와는 달리, 출근하면 맨 먼저 하는 일은 청소였습니다. 역시 막내는 청소도 해야 하지, 싶으시겠지만 정말 하루 종일 그 좁은 곳을 닦고 또 닦고, 쓸고 또 쓸면 정말 미치는 일입니다. 더 미치겠는 건 제가 닦아도 닦아도 깨끗해지는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건과 가구들이 다 낡아서 아무리 깨끗하게 닦는다 한들, 더 이상 깨끗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손님들은 길어야 눈길이 일초 이상 닿지 않는 곳이니 상관이 없었지만, 그것을 하루종일 닦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깨끗해지지 않을 곳에 끊임없이 시간을 쏟는 일.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심지어 스피커에서는 노래는 끊임없이 같은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래는 하루종일 같은 플레이 리스트를 틀어놓으시더라고요. 끊임없는 청소 지옥에서 끊임없이 같은 노래를 들어야 한다니.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나중엔 우스개 소리로 친한 동료에게 나중에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했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더 절망적인 것은 아예 막내가 아니더라도 평일엔 모두가 청소를 하루 종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할 일이 없으면 청소라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불필요한 청소를 하루 종일 하고 있으면 그렇게 사람이 무기력해질 수가 없습니다.
평일에는 청소를 반복하고, 주말엔 조금 더 바빠지긴 합니다. 주말엔 신부들 위주로 돌아갔는데, 저의 일은 출차를 하거나, 신부님들 자리 안내, 신부들 배웅, 메이크업 마무리 때 선생님들 옆에서 보조하기, 립 덜어들이기 등등 사소한 일들을 했습니다. 평일처럼 멍 때리며 청소를 하지 않아도 돼서 좋긴 했습니다만, 주말엔 다들 바쁘기 때문에 다들 예민해져 있었고, 사소한 것에도 더 많이 혼나기도 했습니다.
이 생활이 반복되니 점차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 다른 스텝들이 한두 달 만에 이곳을 그만두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죠.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다 메이크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청소, 화장품 닦기, 휴지와 면봉 채우기, 브러시 빨기, 휴지통 비우기 등등. 이 일을 1~2년 정도만 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수 있어,라고 누가 말해줬다면 버텼을텐데 1~2년으론 안되고, 주변을 둘러보니 4~5년으로도 택도 없더군요. 5년 동안 최저임금으로 단순노동만 하라니.
그렇게 점점 현실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내 꿈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이곳에서 5년 이상의 시간을 버티기엔 힘들겠구나. 내 꿈에 대한 열정이 고작 이것뿐이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자신감도 곤두박질치고, 제 자신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애도 아니고 30대 중반의 내가 고작 이런 시련에 꺾이다니. 겨우 이런 사람들과 이런 상황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해야 하다니. 제가 너무 한심하고 싫어질 지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