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의 작은 마을을 둘러보고 슈쿠르트로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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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와 브리짓과 함께 몽생오딜에서 내려와 처음 도착한 마을은 오베르네라는 마을이었다.
이곳은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할 때 여러번 영토가 바뀌었던 곳이라고 하며 알퐁스 도데의 소설인 ‘마지막 수업’ 의 배경으로 나오는 마을이기도 하다.
담벼락 안쪽으로 보이는 작은 탑이 눈에 들어온 이 마을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잠시 즐기기로 했다.
날은 쌀쌀한 편이었지만 마을 사람들과 타지역 사람들도 제법 방문하여 마을에 생동감이 돌았다.
그리고 마을 초입에 뱅쇼를 판매하는 팻말을 발견한 린다는 역시나 프랑스 사람 아니랄까봐 3잔의 뱅쇼를 주문해서 나에게도 한잔 들려주었다.
뱅쇼 정도는 여기서 주스 취급이지만 맥주 한병이 주량인 내가 프랑스에 오고 나서 매일 하루 두끼 이상 와인을 마시고 있으니 취한 기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았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발효된 알콜이 혈관을 따라 뱅글뱅글 돌고 우리도 마을을 한바퀴 돌며 시장 구경 사람 구경을 했다.
청량한 하늘 아래 흔한 수식어로 표현할 수 있는 동화속 마을 같은 알자스식 건물들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어릴적에 봤던 유럽세계명작동화책의 삽화에서 비슷한 그림을 봤었고 어른이 되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의 영감을 준 건축 양식을 - 엄밀히 말하자면 하울의 모티브가 된 마을은 이곳에서 거리가 있는 콜마르 라는 곳이지만 - 하루 종일 볼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사실 명절을 맞이하여 길게 열리는 먹거리 기념품 장터이다.
귀여운 진저 쿠키를 비롯한 각종 귀여운 디자인의 과자들과 와인, 화려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판매하는데 여행 당시에는 물질적 마음적 여유가 없어서 손에 남을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자잘한 소품이라도, 하가 못해 과자 모양의 장신구라도 사왔으면 이렇게 시간이 지난 뒤 글을 정리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대신 다 마신 뱅쇼컵을 기념품 삼아 짧은 오베르네 일정을 마친 우리는 식당으로 가기 전 또 다른 마을을 들려 브리짓이 안내하는 베이킹 잡화점에 들렸다.
이곳은 각종 구움과자 레시피북과 베이킹 용품과 소품 및 크리스마스 컨셉의 과자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구경하면서 작은 기념품이라도 살 까 고민했지만 최저 여행비용만 들고 왔던지라 몇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아이쇼핑으로 만족했다.
그러자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브리짓이 하트 모양 커다란 과자를 하나 사서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나는 이미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받고 있었지만 내가 그들에게 해 준 것은 한국에서 사온 과자와 기념품 밖에 없어서 내심 미안했다.
두번째 마을에서 간단한 볼일을 마치고 통역가와 만날 시간이 다가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조금 있으면 드디어 우리가 좀더 정확한 언어로 소통할 수 있을거라는 안도감에 긴장감으로 팽팽했던 신경줄이 약간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통역가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예약한 한인숙소 사장님의 소개로 고용을 했으며 어릴적에 유학을 와서 프랑스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으로 현지인처럼 프랑스어가 매우 유창한 사람이었다.
넷이 되고, 언어를 이어주는 사람이 등장하자 우리의 대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나는 번역기로 이중번역을 거쳐 어설프게 표현했던 나의 마음을 통역가를 통해 린다와 브리짓에게 전했고 두 자매는 좀더 정확히 전달된 문장을 들으며 눈을 빛내며 웃었다.
이제 몇시간 동안은 그녀들이 하는 말을 음악처럼 즐기며 바로 이어서 내 뇌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되었다.
식당의 메뉴판을 보면서 통역가의 도움을 받아 메뉴의 이름과 구성을 살펴보았다.
나는 이곳에 오기전에 미리 공부해뒀던 알자스 지방의 전통 음식 이름 중 슈쿠르트를 기억하고 그것을 골랐다.
절인 양배추에 통통한 소세지와 고기, 감자 등을 올려먹는 알자스 전통 음식으로 맛있었지만 왜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물처럼 먹는지 알 것 같았다.
전형적인 한국인 입맛을 지닌 나는 여행가방에 육개장 컵라면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살짝 후회했다.
즐거운 대화와 식사를 마치고 통역가가 다음 일정을 묻자 브리짓이 대답했다.
우리는 린다의 집으로 가서 ‘린다의 방’ 을 보여줄거야. 그리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
곧 한국에서 영상으로 본 린다의 방을 드디어 직접 들어가 보게 될 것이다. 미셸손 피아노의 역사가 보존되어 있는 그 작은 방.
마음이 크게 밀어들어온 기대감에 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