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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Dec 31. 2023

'카운트다운'의 악몽

40시간의 거리 투혼

이제 얼마 후면 2024년을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모두에게 이 '카운트다운'은 설레임의 시간이겠지만 나에게는 매년 아주 괴로운 순간이었다. 남들이 따뜻한 안방에서, 연인과 거리에서, 친구와 식당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숫자를 외치고 있을 때, 나는 차디찬 거리에서 4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뜬 눈으로 보내야만 했다. 




나는 2011-12년, 2012-13년, 2015-16년, 2016-17년 총 4번의 '카운트다운'을 거리에서 보냈다. 보통 '카운트다운' 행사를 준비할 때는 12월 30일 22:00부터 1월 1일 08:00까지 32시간 동안 도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준비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도로 통제, 무대 설치, 리허설, 카운트다운 행사, 철거, 청소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거의 분단위 스케줄로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긴장한다. 시간이 지연되었다고 해서 '카운트다운' 행사를 1월 1일 00시 01분에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날씨라도 좀 도와주면 계획된 스케줄보다 조금 여유 있게 준비될 수 있겠지만 4번의 카운트다운 행사 중 3번의 행사에서 눈과 바람을 만났다. 참가자들에게는 더없이 낭만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겠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눈과 바람은 정말 최대의 난적이다. 몇 번이고 안전을 강조해도 기상 상황으로 인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곤 했기에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바람을 피할 곳도 없는 거리의 체감온도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낮았지만, 부리나케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면 발에서는 땀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발가락에 감각이 사라진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 신발을 벗어보면 양말은 바짝 구운 삼겹살처럼 딱딱해져 있었을 정도이다. 


행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로 떠나면 우리는 그제서야 한시름 돌리고 곧바로 철거를 시작했다. 세팅보다 더 어려운 게 철거이다. 스태프들도 행사가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에 다소 긴장감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내 생일은 안타깝게도 실제로 양력 1월 1일인데, 4번의 카운트다은 행사장에서 생일을 맞이했다. 한 번은 직원들이 그 바쁜 와중에서도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주어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5분도 채 안되어 서둘러 마무리하고 바로 철수 준비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회사가 이스포츠 대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점점 '카운트다운' 행사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2017년 새해를 거리에서 맞이한 이후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카운트다운'을 안방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 감회가 매년 감회가 새롭다. "역시 카운트다운은 거실에서 티브이로 보는 게 최고지!!" 만약 다시 나에게 '카운트다운' 행사를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하겠다고 도망을 칠 것 같다. 그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4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졸음과 추위를 이겨내는 일은 다른 분들께 정중히 양보하고 싶다.


2023년은 여러모로 나와 우리 회사에 힘든 한 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해는 힘들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유독 가혹한 해였다. 지긋지긋한 2023년 빨리 물러가고, 고생길이 훤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2024년에 다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해보고 싶다. 


안녕! 즐거웠다! '2023'
안녕! 잘해보자! '2024'

#카운트다운 #2023 #2024 #연말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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