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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저리킴 Nov 06. 2024

<지옥에서 사옥까지>의 사옥 에피소드

홍대 사옥을 둘러싼 갖가지 에피소드 모음 5선


1. 사옥 매입


2016년 시작된 지옥의 굴레를 간신히 벗어난 2018년까지만 해도 사옥이라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제 겨우 회사에서 이익이라는 게 발생하던 시기였고, 직원들 첫 인센티브와 각종 복지 제도 그리고 그동안 쌓인 손실금을 메꾸고 나면 여전히 우리는 출발 선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먹고사는 걱정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


2019년에 우리 회사는 전년도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1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은 말할 것도 없었었다. 직원이 2배가 늘었다 해도 운영비 상승분을 월등히 넘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었기에 역시나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남은 비용으로 절반은 사옥의 매입에 사용하고, 절반은 다음 해 운영 준비금으로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했다.


2019년 11월에 약 30군데의 사옥 후보지를 돌며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가격이, 구조가, 크기가, 위치가, 주차장이, 외관이, 시설이 등등 온통 결격 사유가 있는 건물들이었다. 그러다 현재 우리 사옥이 되어있는 그 건물을 만나고는 느낌이 딱 왔다. '아! 여기다! 근데 좀 비싸다!' 안될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안될 이유는 돈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다 해결이 가능한...


자금을 계산해 보고 은행과 상의를 하고, 월세와 이자를 전반적으로 고려해서 최종 71평의 대지를 40억에 매입하게 되었다. 5천만원이나 1억을 네고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깔끔하게 40억! 어설프게 비용 협상을 하다 놓칠 것만 같았고, 놓치고 나면 엄청 후회를 할 거 같았다. 이미 네모 반듯 & 전층 명도가 다 끝난 건물이라는 점이 매력을 한층 배가 시켰다. 


2. 코로나 19 극복의 열쇠


그러다 2020년 1월 코로나로 인해 매출은 '0'이 되고, 회사는 바쁘긴 하나 아무 일도 없는 그런 상태가 되었지만 전년도 수익금을 바탕으로 충분히 8개월 이상 매출이 없이도 버텨낼 수 있었다. 작년 수익으로 잘 배분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리모델링 공사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잔고가 이내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졌고, 리모델링 비용도 생각지도 않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사옥을 매입한 것 때문에 신용보증기금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3억의 대출을 보증해 주기로 했다. 다들 서로 대출을 받으려 아우성인 상황이었지만 나는 신보에서 일사천리로 대출을 받게 되었다. 또한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에서 공사 비용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여 또 5억이 넘는 돈을 대출받았다. 합쳐서 8억이 넘는 자금이 생기니 마음에 평온이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잘 버텨냈고, 결국 1년 만에 첫 대회를 운영하면서 기나긴 코로나의 늪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3. 지인들과의 상생 모델


우리 사옥은 지하 1층과 지상 5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애초에 사옥을 매입하면서 5층은 공용 라운지&회의실, 4층은 우리 회사, 3층은 친구 회사, 2층은 다른 친구와 선배님이 각각 절반씩, 1층은 후배와 여자친구가 플라워 카페를 지하 1층은 스튜디오로 꾸며 공연과 촬영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각각 꾸몄다.


월 임대료를 인근 시세보다 25~30% 정도 저렴하게 책정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회사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소멸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꾸준히 돈보다는 사람을 보고 회사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 회사가 돈을 계속해서 잘 벌었기 때문에 월세를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함께 시작했던 회사들은 하나둘씩 사라졌고, 본체인 우리 회사조차 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결국 모든 직원들이 2023년 부로 모두 퇴사했고, 사업장이 건물에서 철수를 했고 현재는 엔터 회사가 전체 층을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4. 사옥 관리인 모드


현재 처음 사옥에 입주했던 모든 사업체들이 한두 번씩 손바뀜을 한 뒤 모두 철수를 했고, 현재 대형 엔터 기획사에서 통임대로 들어와 있다. 즉, 나는 현재 전업 임대인 모드라고 쓰고, 관리인 모드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너무 까다로운 요청 사항들이 많아서 불안했는데, 입주 초반에는 그 불안함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건물 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컴플레인이 많아 우리 경리 직원이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사실 임차인으로서 당연한 권리이기도 한 것들이라 우리가 불편해하면 안 될 일이긴 하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예전만큼은 아니어서 이제 서로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니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일요일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 5층 소변기에 물이 안 멈추고 계속 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도 전문가는 아닌지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일요일에 갑자기 출장 업체를 찾기도 어렵고..


부랴부랴 공구들을 들고 아내와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해서 소변기 뚜껑의 센서를 들여다봐도 뭐가 뭔지 몰라서 일단 물을 잠갔더니 물은 바로 멈췄다. 그리고 가장 간단하게 해 볼 수 있는 방법으로 배터리를 사다가 교체를 했더니 이내 센서가 들어오면서 정상 작동되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하마터면 사람을 불러 큰돈을 쓸 뻔했다. 혹시나 싶어 배터리를 추가로 구매하여 다른 층의 소변기도 미리 배터리를 교체해 버렸다. 되는 5층 소변기


"대표님 일요일에 고생하셨습니다."라는 경리 직원의 말에 나는

"이런 건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고생은 무슨.. 남들에 비하면 진짜 너무 간단한 일이지.. 덕분에 와이프랑 드라이브도 하고, 빨리 해결됐으니 망원시장이나 한 바퀴 돌면서 시장 데이트하고 가려고요."

"대표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면 다행입니다.. 하하하"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다. 왜 그 정도 일에 일요일부터 연락을 한다고 원망을 할 게 아니라 그냥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해결하면 아무도 마음을 다치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게 현재 나의 유일한 일인데.. 


5.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 상환


처음에 사옥을 매입할 당시 우연히 중소기업진흥공단 담당자와 커피 한 잔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부 시설 자금을 받으면 대출 이자를 엄청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뜻밖의 이자 감면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 시설 자금 13억원과 운영 자금 5억원을 2.2~2.5% 고정 금리로 받아 한 4년간 이자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우리가 사옥을 비우고 통임대로 전환하고 얼마 후에 중진공에서 회사 실사를 나왔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결국 사옥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을 우리가 충족하지 못하므로 전액 상환을 해야 한다는 청천 날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중진공 자금은 대체로 n년 거치 n년 분할 상환을 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우리가 분할 상환한 금액을 제외하고 남은 잔금이 무려 13억에 달했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한 달의 상환 기간이 주어졌고, 나는 마음이 바빠졌다. 직원들의 집단 퇴사 이후 회사의 자금을 대부분  정리하여 기존 이율이 높은 대출을 많이 상환해 버려서 통장에 남아있는 자금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추가 대출을 통해 정부 자금을 대환 할 계획을 가졌는데 생각보다 그게 쉽지 않았다. 회사의 매출이 급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여하튼 다른 은행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깐 여기 앉아봐." 아내는 비장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현재 13억 중에 얼마가 모자란 거야."

"탈탈 털어도 5억 밖에는 없어. 법인으로 매수한 주식이고, 단기 상품이고 다 해지해야 간신히 5억."

"그럼 내가 3장을 만들 수 있으니 8억이 모인 거네 일단. 부족한 건 5억이고..?"

"3.. 3장이나? 아니 그건 또 언제 그렇게 모은 거야?"

"시끄럽고, 그건 알고 없어. 그냥 일단 빨리 해결이 중요한 거니까.. 그럼 5억 정도는 은행에서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그건 의뢰해 놨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아빠한테도 미리 말은 해놔야지. 안 그럼 건물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데.."

"부모님한테는 가급적 손 벌리지 말고 해결해 보자고. 일단 은행한테 빨리 닦달해봐 봐."


그렇게 아내와 힘을 합쳐 8억의 자금을 모으고, 은행에서 최종 5억 대출 승인이 오늘 나서 13억 대환대출 상환 미션을 간신히 해결했다. 사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앞에 4개의 얘기를 빌드 업을 사용한 것이다. 사옥만 있으면 별문제 없겠지 하겠지만 이게 보통 신경 쓸 게 많은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불평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항상 해결하기 위한 즐거운 노력을 하고 있다. 이제 대출이 40억 미만으로 떨어졌다. ㅋㅋㅋ 그 얘기인즉 3n억원의 대출이 남아있다는 말이다.


사옥의 매도를 추진하고 있기는 한데 좋은 임자 나타날 때까지 아무한테다 헐값에 팔지는 않을 예정이라 당분간은 사옥과 관련한 에피소드는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일단 2024년 11월 현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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