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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이 Sep 27. 2022

세상 속 사람


경차의 좋은 점은 골목길을 누빌 수 있다는 점과 1주택 2차량을 갖고 있는 요즘 지독한 주차 대란 속에서도 작은 공간만으로도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단점이라고 칠 것들은 오르막길을 오르려면 시속 40km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자동차에서 요란한 소리가 난다. “부앙~부앙” 그럴 때면 붕붕아 힘을 내라고 주문을 걸고, 내 몸에도 덩달아 엑셀에 힘이 들어간다.

   

요즘 느끼는 가장 불편한 일은 반대편 차량이 시도 때도 없이 쌍라이트로 불만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높이가 낮아 그냥 라이트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쌍라이트로 위협하는 차들, 소리 없이 상대를 불편하게 하겠다는 불만의 표시이겠지만 차라리 빵빵거려서 신호를 주는 게 낫다. 쌍라이트는 운전하는데 짧지만, 시야가 방해되어 눈을 감게 되므로 주행 중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다.      



여느 때와는 차분한 분위기의 이른 토요일 아침이었다. 빈속의 커피를 넣어 온몸에 카페인 충전이 되어야 일과를 볼 수 있는 습관 때문에 일찍 던킨도너츠에 가서 도넛과 커피를 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산한 도로를 달리던 중 반대편 50m에서 쌍라이트가 찐하고 오래 깜빡이며 켜졌다. 커피 한 모금의 행복을 잔뜩 느끼고 있었는데 눈살이 찡그려졌다. 


‘어휴, 뭐야.’


순간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하며 찡그린 얼굴로 반대편을 쳐다보았다. 내 눈을 의심했다. 

반대편 도로 한가운데 전동 휠체어를 탄 노인분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휠체어가 지나가는 내내 반대편 차량은 쌍라이트를 켰다 끄며 위협을 하고 있었다. 휠체어의 높이는 라이트의 높이와 엇비슷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은 도로의 한가운데 멈춰있었다. 쌍라이트의 어마어마한 위력이 반대편 차선의 나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짧은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넋이 빠져 잠시 자리에 멈췄다. 반대편에 지나가고 있는 휠체어는 이제 내가 있는 차선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나는 멀찍이 미리 정차했다. 상대편 차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다. 선팅이 찐해 가늠도 할 수 없었지만 어떤 사람인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딱 거기까지의 사람인 것이니까.                



운전을 하다 보면 위험한 순간 중에 단연 뽑히는 게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일 수가 있다. 운전자가 보행자와의 순간을 인지할 수 없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내가 본 이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냥,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공정과 공평에 대하여. 

더불어 배려에 관하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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