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와 겨드랑이가 서로 맞닿는 곳, 목젖이 있는 곳에서 밑으로 20cm 정도, 윗가슴골이 만져지는 곳, 브이넥을 입었을 때 그 끝자락인 곳.
의학에서는 스트레스성 불안장애, 식이장애, 한의학에서는 화병.
도수치료를 받으러 다닐 무렵 물리 치료 선생님이 목과 어깨를 마사지 해주실 때가 있었다. 선생님은 머리에서부터 목까지 천천히 손끝으로 마사지를 해주시더니
"이곳은 제가 만져드리면 눈물이 나실 수도 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내 감정을 들어낸다는 게 수치로 느껴졌던 시절이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전 괜찮아요."라고 이야기를 했고,
어깨에서부터 쇄골로 이어지는 마사지는 숨 쉬는 게 조금씩 편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만큼 이완되었다. 쇄골 사이부터 밑으로 10cm가량의 길이에는 작고 평평한 곳이 있는데 그곳을 살짝 눌러주시자 참지 못할 아픔이 전해져왔다. ‘아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곳은 살짝만 만져도 예민해지는 부분이라 살살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끝으로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왜인지도 모르게 그냥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 힘든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내 맘을 알아주는 것처럼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선생님도 놀랐는지 얼른 휴지를 챙겨다 주셨다. 그렇게 몇 분을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한번 나오니 멈추질 않았고, 내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 급하게 마무리 짓고 인사도 죄송하다는 말로 급히 병원을 빠져나왔다.
내 몸과 마음을 나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에 스스로 화가 났다. 어찌 보면 몸과 마음이 아프니까 가는 곳이 병원인데도 그런 바보 같은 모습의 나에게 화가 났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아팠었나 보다.
그렇게 며칠 뒤 친정엄마와 집에서 이야기하다가 대뜸 내가 누워보라고 했다.
"이번에 병원에서 배웠는데 엄마 여기 마사지하면 울지도 모른다? 나 엄청나게 펑펑 울고 나왔어."
누워있는 엄마의 빗장뼈 사이를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끄떡없다던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엄마도 많이 힘들었지? 내가 몰라줘서 미안해.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냐는 무책임한 말들이 싫다. 아픔과 슬픔을 당연시하는 행동들에도 적잖이 거부감이 든다.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내 비친 것에 대해서는 어색하다. 입 밖으로 내면 편해진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말의 무게가 너무 커서 그런지 말하고 나면 꼭 후회를 하게 되어버린다. 그럴 때면 혼자 목에서부터 어깨, 쇄골과 쇄골사이를 꾹꾹 눌러준다. 아픔을 참다 보면 그 아픔이 사라지는 참 아이러니 같은 일이
지금 나에게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