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걱정이 아주 많은 스타일이다. 하지 않아도 될법한 걱정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데, 이런 걱정들이 싫기도 하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주로 처음 하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순서대로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본다. 인스타에서 본마음에 드는 카페가 있으면 가는 길 검색해보고 어떤 길로 가면 편한지 그려보고, 가는 길에 바다가 있는지 생각해 해안도로로 빠지는 길을 떠올려본다. 카페에 도착하면 망설임 없이 주문할 수 있는 메뉴를 검색하고 생각한다. 배가 고플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있는지 아니면 시그니쳐 메뉴가 있는지 생각하고 혼자 앉을 만한 자리가 있을까 고민도 해본다. 이렇게 생각한 그대로 몸이 따라주면 좋겠지만 막상 몸이 부딪칠 때는 머릿속이 멍해져서 순간순간 바뀌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난처한 상황을 대처하는 법은 아직 익히지 못해서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사람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 혹은 그 날밤은 거의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잠자리에 누우면 그날 사람들과 함께 앉아있던 그 자리 그 공간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마주 봤던 사람들. 사람들과 만나고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곱씹어 보게 된다. 혹시나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된다. 순간에 나온 내 말들이 불편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날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다. 더불어 그 사람이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생각이 난다. 말의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조금 버겁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고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운 나만의 방법이다.
매번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와서 별생각 없이 잠이 든다면 그날은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이런 만남은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기운으로 오래 만남이 지속하는 것 같다.
글을 쓰고 보니 참 피곤하게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왜 사서 걱정을 하냐는데 나는 이런 걱정들이 나의 불안을 잠재워 줄 수 있어서 기꺼이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 비와 함께 내 걱정도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걱정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