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퇴근으로 하늘엔 노을이 진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 날따라 노을이 붉은색인 듯 보라색이 잔뜩 내려앉았는데 오묘한 색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90년대 탑골공원 노래를 들으며 신호대기 중이었다. 옆으로 파란색 버스가 정차했다. 버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차가 없을 때 어떻게 버스를 타고 다녔지, 어후.’라고 생각하던 중 하얀 원피스에 단정하게 묶은 머리를 한 여성분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도 하얗던 그녀는 누가 봐도 예뻤다. 예뻐서 좋겠다고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창밖을 멍하니 보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피했다.
버스 안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데도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어린 그녀가 겪기 힘들었던 일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보고 있던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마 그녀는 가득 찬 차 안에서 삭히고 삭혀도 터져 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 없던 거였겠지.
나도 가끔은 차에 앉아 펑펑 울던 날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녀의 눈빛이 문득문득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