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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욱 Jul 06. 2021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의 의미

시각, 관찰, 그리고 색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색은 쉽게 번진다. 그 색이 강할수록 쉽게 퍼진다. 어떤 색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색은 달라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어릴 때 과학시간에 색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배웠다.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서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 그때 우린 색을 느낀다. 그렇다. 그 사람이 빨간색 빛을 가졌다면 빛에 반사되어 나의 눈동자에도 빨간색 빛이 투영된다. 그리고 그 빛은 나의 눈동자뿐만 아닌 옷과 과 살갗까지도 빛이 반사되어 빨간빛이 돈다.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 빛을 전달한다. 내가 어떤 빛을 가졌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도 그 빛은 전달된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결국 색은 보인다. 빛을 막으면 검은색이 섞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본래 색이 보일 것이다.


시각이란 가장 첫번째 인지과정

우리는 그 사람의 생김새부터 인식하지 않는다. 이 또한 어릴 적 과학시간에 배웠다. 색은 형태보다 더 빨리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의 생김새보다 이미지에 더 많은 기억을 하고 이목구비라는 형태보다 분위기와 톤 앤 매너로 그 사람을 기억해 낸다. 색은 무의식적이지만 그 사람, 사물을 느낄 수 있는 , 또는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인지과정이기 때문에서다.



시각에 대해

색에 대해서 말하지만 감각의 박물학에서 나오듯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감각은 후각이다. 후각은 모든 감각중 가장 예민하고 가장 오래 기억된다. 마치 향기로 사람을 기억하듯, 그다음은 아마 촉각일 것이다. 작은 터치와 접촉에도 사람은 쉽게 더 친밀감을 느끼고 정서적 교감을 한다. 그다음은 청각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애플은 시각적인 매력보다 시각적인 미니멀리즘을 청각으로 잘 표현한 회사인 것 같다. 그래서 노래 만들어도 애플인 것을 알고 광고를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어떤 기업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을 말하는 이유는 내가 시각디자인과를 나와서인 것도 있고 시각이 감각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건 강도가 아니라 빈도를 말하는 것 같다. 어쨌든 색과 시각을 알아야겠다! 근본적인 이유는 모든 것은 눈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더러운 행동이 연상되었다면 푸세식 화장실 같은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린 행동을 보고서 '유채꽃 향기 나는 사람', 또는 '뒷간 악취 나는 사람'처럼 후각을 불어넣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또는 우린 이상한 사람을 보고서 '소름 돋는 사람'이라는 촉각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시각과 후각,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질 때 훨씬 더 잘 이해가 된다. 이를 공감각이라 하며 기업은 공감각을 보여주려 애쓴다. 앞서 말했던 애플 광고처럼 미니멀한 이미지에 미니멀한 음악이 더해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아무튼, 모든 것의 출발점은 시각적인 것이라는 때문에서다. 그래서 인지심리학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 말하고 나이가 들면 보이는 것만 보고 싶고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본성이라 할 수 있는 것,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다르게 느껴본다면 좀 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포함되어있다.



예전에 나의 철학과 핵심 가치관에 대해 200p로 정리해놓은 글이 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관찰' 질문 통찰이었다. 좋은 통찰력은 좋은 질문력에서 나오고 좋은 질문력은 좋은 관찰력에서 나온다고 정리했었다. 그렇다 해서 내가 관찰을 깊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디자인보다 만화의 영향이 컸다. 복싱 만화 '더 파이팅'에 주인공 일보는 항상 일진들 한테 맞고 다녔다. 그러다 복싱을 다니는 한 사람이 일보를 구해주게 되었는데 그 사람은 맞고 있는 일보를 보며 이렇게 독백한다. '뭐야 저 친구 눈이 살아있네' 항상 맞고 다녔던 일보가 이제 맞는대는 도가 터서 어딜 때릴지 다 보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음을 표현했다. 그래서 일보에게 복싱을 배우라 권한다. '눈'이라는 건 만화에서도 중요해 보였다. 

그 외에 막노동을 할 당시 사회경험도 군대도 가지 않았던 스무 살의 나이였다. 그래서 생활하다 온 형들한테 많이 혼났다. 이유는 눈이 썩어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눈을 많이 지적했다. 그때 생각했다. 눈을 단련해야겠다고, 군대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읽은 서적이 관찰의 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 눈에 대해서 많은 잡지식이 늘었다. 생각의 관한 생각에 나오는 행동경제학 실험에서 눈은 집중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되기도 했다. 동공의 확장과 수축으로 그 사람의 집중력을 판단한 것이다. 동공만으로 그 사람이 딴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쉽게 가려냈고 피실험자들은 내 생각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놀라움을 자아해 냈다. 그 외에 심리학자 에크하르트 헤스는 동공을 영혼의 창으로 묘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디셀러 성경에는 눈을 영혼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영혼과 자신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색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는 안다는 것. 어쩌면 나의 내면의 색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건 그 색이 단색의 경우도 있겠고 그러데이션처럼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도 있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좋아하는 이유 또한 그 사람의 맑은 내면을 볼 수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눈이 예쁜 사람을 좋아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왜 군대에서 눈에 힘을 주라고 했을까? 이런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눈으로 세상을 본다 것의 의미는 내면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었다.

만약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내면까지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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