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보랏빛 소!
학교에서 배운 브랜딩은 역시나 쓰레기였다. 비주얼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트렌드가 2002 월드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가 교수님이 커리어 하이였을지도 모르겠다. 디자인 플레이닝이라 불렸던 마케팅도 그랬다. 마치 서당에서 하늘 천 땅 지를 외우듯 4P, 4P MIX가 뭔지 개념만 외워댔을 뿐이며,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왜 불변인지를 알려주진 않았다. 대게 가치 없는 프로모션들만 만들어냈다. 지방 교수들은 아직도 로고와 이쁘장한 그래픽을 강조하고 있다. 브랜드를 알기 전부터 교수님이 로고에 왜 이리 집착하는지 알 수 없었다. 로고 스케치를 100개 50개 시키던 그들은 이게 제일 중요해 보였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로고를 만들라고 부여받은 사람처럼 맡은 바의 임무에 충직한 사람들이었다. 근시안적으로 눈앞에 있는 미적 요소와 화려한 로고만 보였던 그들한테는 로고가 아마 제일 중요해 보였을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 애플을 염원하지만 단 한 명도 흉내 내질 못했다. 예쁜 거라도 잘 만들면 될 텐데 트렌드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브랜드=로고, 그래픽이라 배웠다. 그래서 지금 다시 배우고있다.
브랜드의 본질은 차별화
브랜드의 본질은 뭘까? 말(horse)을 구분 짓기 위해 태어난 브랜드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차별화다. 브랜드 관련한 어떤 책을 읽어도, 어떤 사람을 만나도, 어. 떠. 한. 정보를 보든 간에 모두 이 '차별화'라는 범주안에서 놀게 된다. 모두가 결국 브랜드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대해 말한다. 그의 기원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건 없다. 차별화의 이유는 간단하다. 차별화하지 않으면 애초에 인식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PC, 모바일 서로서로 눈에 띄려고 이리 몸짓 저리 못짓하는광고들도 있다. 그래서 너무나도 많은 정보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 정신적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간은 평범한 것들을 카테고리화 한다. 평범함의 범주에 들어가면 똑같이 걷는 회색 골목 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범한 회색 거리에 빨간 비닐봉지 같은 브랜드다. 이는 기억 속으로 파고든다. 차별화하지 않으면 애초에 인식이 되지 않으며 내가 존재했는지도 모른 체 사라질게 뻔하다. 차별화는 생존 수단 중 하나다. 이를 두고 마케팅의 천재 세스 고딘은 Remarkable(주목 가능성)이라 정의 내렸으며 이를 은유적으로 보랏빛 소(purple cow)라 비유했다.
보랏빛 소에 대한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세스 고딘이 가족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있어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운전 중 창밖을 봤는데 소떼 수백 마리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게 아닌가! 가족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20분쯤 지나자 다시 쉽사리 사그라들었다.. 차를 타고 지나갈떄마다 모두가 똑같은 소이 반복되었고 모두가 똑같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저 평범해보었고 지루해 보였다. 소들이 성질이 더럽든 착하든 무엇이 어떻든 간에 똑같아 보였다. 이때 세스 고딘은 생각한다.
'만약 저곳에 보랏빛 소가 있다면 흥미가 당기겠지?'라고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막상 현실에 다가왔을 때 보면은 어떤 브랜드는 초록빛, 어떤 브랜드는 빨간빛, 어떤 브랜드는 네오 한 빛을 가진 브랜드들로 넘쳐난다. 이러한 상태에선 보랏빛 소를 데려온다 한들 더 멋진 붉은빛 유니콘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들 가운데 보랏빛 소는 또다시 평범한 알록달록한 브랜드의 범주에 속하게 되지 않을까? 현실이 이렇게 혼미한 가운데 그렇다면 어떤 소가 잘 브랜딩 된 소란 말일까?? 현실에서는 너도나도 모두 보랏빛 소다. 알록달록한 소들 가운데 어떻게 하면 진정한 의미의 보랏빛 소가 된다는 말일까.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답을 찾아보자.
마케팅 불변의 법칙 1장 : 더 좋기보다 최초가 되는 편이 낫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5장 : 마케팅에서 가장 강력한 개념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하나의 단어를 심고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더 좋기보다 최초가 되는 편이 낫다.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는, 그들의 기억 속에 최초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쉽다. 이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 나오는 가장 반복되는 법칙이다. 차별화가 더 쉽다니? 대부분이 차별화를 하지 못해서 사라지는 브랜드들이 대부분인데 차별화가 오히려 쉽다고 말한다. 기억 속의 최초가 되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모든 것의 최초가 아닌 기억 속의 최초다 최초 하면 떠오르는 것. 최초가 되라고 했더니 혹시 코카콜라 같은 제품을 떠올렸어도 안된다. 새로운 AI 기술을 떠올리는 것도 안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세상을 혁신시킬만한 기술은 없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을 떠올렸다면 반은 성공이다.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기억 속에 최초가 돼라 했지 최초의 제품을 만들라고 한건 아니다. 기술적 접근이 아니다. 마케팅은 제품이 아닌 인식의 싸움(마케팅 불변의 법칙 4장)으로 '최초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기능의 최초가 아닌 기억의 최초로 들어가는 것이다.
사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3장의 진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3장 : 시장에서 최초가 되기보다 기억 속에 최초가 돼라
똑같은 것들 사이에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면 모두 이 법칙들을 지키고 있는 게 보일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모두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것들 미묘하게라도 다 다르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지금 당장 주위를 둘러보자
지금 당장 편의점에 달려가면 마실 수 있는 레드불
레드불, 몬스터, 박카스, 핫식스, 컨피던스, 마운틴 듀... 등등 모두 에너지 드링크다. 성분표를 따져보아도 큰 차이는 없다.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값도 비싼 레드불이 어떻게 1위 브랜드를 지켜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몬스터는 후발 주자면서도 1위를 위협할 수 있었는가?
핫식스는 청춘차렷! 웃픈 도전을 말한다.
레드불은 익스 트림한 도전을 말한다.
마운틴 듀도 익스 트림한 도전을 말한다.
몬스터는 레드불의 힘이 미약하게 미치는 곳에서 익스트림 도전을 말한다.
박카스는 조금 다르다 도전이 아닌 '정'을 말한다.
레드불, 마운틴 듀, 몬스터가 비슷한 말을 한다. 도전! 익스트림 스포츠!!
박카스와 핫식스는 똑같은 에너지음료이지만 박카스와 핫식스 모두 한국에서는 처음 느끼는 경험을 주었다. 이는 서로 타깃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인사이트는 타깃에 따라 같은 제품도 최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방법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디자인, 패키지, 경험, 광고 등등
아무튼 그것 말고 중요한 건 여기 있다. 그렇다면 비슷한 제품과 비슷한 말과 비슷한 마케팅을 하는 목장에서 레드불과 몬스터는 어떻게 서로 다른 보랏빛 소가 된 걸까? 참 아이러니하다.
너도 나도 보랏빛 소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초의 에너지음료 레드불과 후발주자 몬스터
레드불의 메시지 : 레드불 날개를 달아줘요.
몬스터의 메시지 : 네 안에 야성을 깨워라(Unleash the Beast)
몬스터가 레드불을 위협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없을 거다. 왜냐하면 몬스터 음료는 20년 전에 비해 주가가 624배나 띄었기 때문이다. 이 상승률은 모든 업계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할 만큼 높은 수치였다. 2위가 우리 모드가 사용하는 넷플릭스니 말이다. 앞서 말했듯 레드불과 몬스터는 비슷한 마케팅을 진행한다. 그건 익스트림 스포츠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소구 한다. 그런데 몬스터는 레드불을 이기기 위해 반드시 다르게 했다. 반드시 더 낫거나 더 다르게 접근했다.
1. 레드불과는 다른 양 (우린 레드불과 달라!)
레드불이 275ml만을 만들 때 몬스터는 닉값을 하듯 500ml를 만든다. 더 큰 사이즈까지도 차별화를 뒀다. 이벤트도 더 크게 열고 사람들도 더 많이 모집했다.
2. 음료 디자인 (우린 매번 다양해!)
레드불의 맛은 하나밖에 없지만 몬스터의 맛은 34종이나 있다. 대중적으로 6종이 있지만 레드불이 원틀로 승부할 때 이들은 다양함으로 승부했다. 일단 레드불과 다르게 간 것이다.
3. 이미지 (우리는 좀 더 본능적이야)
레드불은 몬스터에 비해 점잖고 도시적이며 건강하며 비교적 건전한 이미지다. 하지만 몬스터는 좀 더 놀 줄 아는 느낌이 들게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했다. 몬스터라는 이름처럼 네 안의 야성을 깨우는 마치 본능을 깨우는 스포츠 마케팅, 디자인, 언어를 구사했다. 레드불이 건강한 이미지와 범접할 수 없는 시도를 지향할 때 몬스터는 좀 더 쾌활하고 유쾌하며 힙하게 본능적으로 다가갔다. 레드불과 클럽은 연결될 수 없지만 몬스터와 클럽은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4. 타깃
에너지음료 시장은 대게 남성 중심적인 마케팅이 많았다. 하지만 레드불의 행보를 보고 다른 길을 갔다. 우리는 여성도 타깃으로 한다. 다양한 디자인 패키지에서 분홍색 패키지를 추가했다. 효과는 없어서 못 팔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레드불이 타겟하지 않는 틈새 프로모션을 집요하게 노렸다. 예를 들어 스포츠카를 레드불이 공략하면 몬스터는 오토바이를 공략했다. 레드불이 티비광고나 옥외광고를 하면 그곳에서 싸우지않고 스포츠마케팅에 더 열심히 공격했다. 다시 말해 반드시 이기는 곳에서 싸움을 했다. 반드시 이기는 싸움만 해서 1위가 되는건 브랜드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너네가 하는 것보다
일단 다르게 한다.
더 강하게 한다.
처음에는 그들도 벤치마킹을 했다. 그게 더 빨리 제도권에 드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길로 나가아간다. 몬스터 음료를 위한 단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몬스터라는 이름, 그리고 로고, 경험, 마케팅, 브랜딩 모두 일관화된 브랜드가 되었다. 레드불은 황소가 있지만 황소를 쓰지 않는다. 메타포를 사용했지만 약했다. 경험을 연결 짓기에는 메시지와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의 메타포는 강했다. 메시지부터 경험까지 일치했다.
어느 국내 BX디자이너의 말이 생각난다.
BX 디자인의 성공의 기준은 남들과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진 체 브랜드 정체성과 얼마나 일관되는지가 기준이라 했던 것처럼, 몬스터는 에너지음료를 작정하고 만든 브랜드처럼 차별화화 콘셉트에 '몬스터라는' 진부함을 날려버리기 위해 콘셉트를 강화하여 발톱 모양의 디자인부터 프로모션까지 더 직관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은 몬스터로 하나부터 열까지 경험이 일치한다.
현실적인 보랏빛 소부터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거쳐 레드불과 몬스터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 레드불과 몬스터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인사이트가를 뽑아냈다. 그럼 진정한 의미의 차별화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진정한 의미의 차별화를 알 수 있는 교훈은 네 가지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화에 디테일하게 이어진다.
1. 솔직한 철학으로 출발하라(메시지)
2. 차별화하라! 근데 누구와 차별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차별화)
3. 차별화된 콘셉트와 브랜드 정체성의 일치(완성도)
4. 타깃에 따라 그들이 보는 보라색은 달라진다. 나와 너의 보랏빛 소는 다르다.
참고, 읽으면 좋은 책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나음보다 다름
보랏빛 소가 온다.
마케팅이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