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브런치를 시작합니다.
29살, 2020년, 이 숫자들이 나를 짓누르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소설이나 영화처럼 내가 어느 날 갑자기 29살이 된 것만 같다. 만 나이로는 아직 27살이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니 29살이다. 내 나이의 무게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감 난다면 이건 역설인가.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어언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건만 나는 여전히 완전한 경제적 독립체는 물론 독립적인 인간도 되지 못했다. 주섬주섬 올해의 목표를 적은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더니 행복한 꿈보다 경제적인 것들 돈 모으기, 돈 아껴쓰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니 참으로 서글프지 아니한가.
나는 언제부터 경제적인 것에, 이 돈이라는 것에 연연했을까. 아빠에게 돈 달라는 소리가 하기 싫어서 부단히도 나를 갈아가며 살았는데 정작 내가 얻은 건 미지근한 이도 저도 아닌 것들 뿐이다. 그래도 새해니까 난 아직 29살인데라는 마음으로 돈이 없으면 벌면 되고, 하고 싶은 게 없다면 다시 만들어가면 된다고 말하면서도 그게 쉽지만은 않다.
숫자(경제적인 것)에 의미를 두기 시작한 건 대학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는데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고 싶었고 아빠는 그 시간에 공부를 하라며 반대를 했다. 물론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서서히 집에 가는 횟수를 줄이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가지 말라고 해서 내가 돈 벌어서 가야지 마음먹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것 같다. 아,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정의에 굴하지 않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게 고등학생 때부터 꿈이었는데 누구나 그렇듯 먹고사는 게 바빠서 언젠가부터 꿈이 흐려지더니 더 이상 내 꿈이 아닌 게 됐다.
저널리스트라는 꿈에 조금의 미련도 없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네', 딱히 미련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학력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터라 공부는 더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돈을 벌고 있지만 돈 버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내가 수능을 말아먹은 후 전문대학을 선택한 이유도 얼른 돈을 벌어서 공부하고 하고 싶은 것들 해야지라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지방 4년제 대학은 내 성에 차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진학한 전문대는 역시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곳이었다.
휴학도 하고 대외활동을 하며 경험을 채우기도 했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목말라 있었다. 내가 돈이 없어서 선뜻 선택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문득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황하던 시기를 거쳐(물론 지금도 방황 중이지만) 코딱지만 한 월급을 받으며 일하던 어느 날, 2년 동안 번 돈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그 당시에도 모은 돈이 쥐꼬리만큼이었는데 그 돈조차 다 사라져 버려서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아빠 집에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아, 지금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1년 정도 이곳저곳에서 일을 하다 잠시 산골에 정착해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중간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글로 적고 보니 나는 참으로 어중간한 사람으로 살았다. 늘 어중간한 선택을 했지만 그것 또한 내 인생이므로 과거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살아왔다 자부할 순간이 오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내가 서울에서 일하던 직장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 만들어 묵혀두다가 다시 꺼낸 것이다. 예전에 남겨둔 것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기에 삭제하지 않고 남겨두려고 한다.(물론 몇 개 되지는 않는다. 회사가 망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표현하며 내 안의 관종 기운을 드러내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이 소심한 관종은 중학생 때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해 이후 고등학생 때 주춤했다가 성인이 되면서 지금까지 쭈욱 블로그에 말도 안 되는 글을 쓰고 있다. 나름 내 안의 창작욕구(?)를 그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데 내가 딱히 이야기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라도 똥을 싸질러 놔야 내가 실천한다는 것에 있다.
컨텐츠를 만들겠다며 유튜브에 도전했다가 흐지부지 되고 다시 도전해볼까 몸이 근질근질하는 찰나, 이렇게 글로 적어두면 시작이라도 하지 않겠나 싶어서 브런치를 찾았다.
말에는 그리고 글에는 엄청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잘 쓰던지 못 쓰던지 글에 내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다.
욕심이 많아서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다른 플랫폼 브런치, 티스토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 일이 바빠질 것 같아 유튜브는 시작하기가 겁나지만 시도라도 하는 것과 아예 하지 않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니 부디 2020년, 29살의 나는 좀 더 부지런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