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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13. 2018

한양도성을 걷다.

내가 몰랐던 서울의 야경

한양도성을 걷고 기록하다.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진 12월의 어느 날 한양도성길을 걸었다.


요즘 회사에서 액티비티를 준비하며 여기저기 체험한다고 외근이 잦았는데 일 덕분에(?) 한양도성에서 보는 야경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나 낙산 구간에서 보는 서울 야경이 예쁘다고 해서 일도 하고 내 욕망도 채울 겸 한양도성을 찾았다.


사실 한양도성을 알게 된 건 사회초년생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대학 졸업식도 하기 전에 취직해 상경했을 때였다. 주말마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들락거리던 나날이었는데 한 번은 부암동 근처에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 한양도성을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이후 2번 정도 윤동주 문학관 건너편에 있는 창의문에서 시작해 부암동까지 걸었다. 그게 벌써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다. 허무하게 서울 살이를 끝내고 방황하던 시절을 거쳐 다시 서울에 온 나는 한양도성을 새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일이라는 핑계로 한양도성을 찾았다. 바로 한양도성길 중에서도 낙산구간. 한양도성을 끼고 있는 내사산(인왕산, 북악산, 낙산, 남산) 중에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낙산(해발 125m)은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서울의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리허설 핑계 삼아 동료와 함께 오른 낙산은 너무나 좋았다. 근처에 살아서 대학로와 낙산은 다 꿰고 있는 동료의 이야기와 야경이 어우러지니 처음 왔지만 처음 온 것 같지 않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동대문에는 쇼핑하러 자주 갔었는데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마주한 흥인지문 
시야가 좋은 날에는 더 멀리까지 잘 보인다고 한다.
남산도 보인다.



동대문을 지나 낙산공원까지 가는 길에는 이화 벽화마을이 있다. 유명한 이화동 벽화마을을 처음 방문했지만 조용한 동네를 깨우고 싶지 않아 카페가 있는 길만 둘러보고 나왔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이화벽화마을.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피해 때문에 주민들이 벽화를 훼손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정작 살고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건 결과적으로 동네를 살리는 게 아니라 동네를 죽이는 게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들었던 이화벽화마을을 지나 낙산정으로 향했다.


낙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낙산정은 고즈넉한 곳에 위치해 있다. 낙산정에 섰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대학로다. 대학로라고 하니 한창 소극장 연극이 좋아서 찾아보고 스텝으로 일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가 무려 5년 전 아니 6년 전인가? 최근에 연극을 본 적이 없는데 연극을 보러 대학로를 한 번 가야겠다. 연극도 보고 이화벽화마을도 구경하면 좋겠다. 문득 낙산공원의 낮은 어떨지, 어떤 풍경이 나를 반길지 궁금해졌다.



낙산공원 정상으로 향하는 길. 계단이 많았지만 힘든 정도는 아니라 가뿐하게 걸었다.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 올라 탁 트인 야경을 바라보니 오늘 날씨가 춥다는 것도 또 주변에 커플이 많다는 것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 야경을 볼 수 있는데 문제 될 건 없었다.




사진을 찍고 낙산공원을 지나 한양도성 외곽길로 빠져나왔다.


장수마을을 지나 한가한 동네에 들어서니 작은 카페 간판이 나와 동료를 반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카페이 들렀다.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카페는 추운 날씨에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따뜻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고 가게의 마스코트 '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멍멍이도 예뻤다.

견상권 침해가 아니길 바라며...



따뜻한 청귤차와 카페의 분위기에 따뜻해진 몸을 이끌고 혜화문으로 향했다. 혜화문까지 둘러보고 아쉬움이 남은 나는 동료와 헤어지고 다시 동대문까지 이어진 한양도성길을 걸었다.




한양을 둘러싼 이 도성을 모두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한양도성을 전부 걸어보는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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