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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 마치 Jan 15. 2019

22. 앙골라에서 쫓겨나는 DR콩고 이주민들

2018년 10월 12일 ~ 18일

Reuters / 수만 명의 콩고인들이 최근 앙골라에서 자국으로 추방당했다. 금요일, 이들은 콩고민주공화국 카사이 주의 어느 길에서 그들의 짐을 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참, 그냥 보기에도 너무 난감한 순간이다. 저 진흙길에 짐을 잔뜩 지고 가던 자전거가 쓰러져 일으켜야 하는 상황. 위험한 자국 현실 때문에 다른 나라로 갔는데, 그 나라에서도 쫓겨나 다시 위험한 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일이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기운을 낼 수 있으련만. 왜 이리 삶은 버겁기만 한 것일까. 


콩고민주공화국(이하 DR콩고)은 여러 문젯거리로 복잡한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가난하면 힘이 없다. DR콩고는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다. 그런데 풍부한 자원 덕분에 개발 잠재성이 높다고 평가받기도 하고, 또 그 때문에 국민들이 가난하다는 역설을 몸소 증명해주는 나라기도 하다. 앙골라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난한 나라에 속하겠지만, DR콩고에 비하면 훨씬 현대화가 진척되었고 산업도 활발히 진행되는 편이어서 경제적으로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가난하고 힘없는 DR콩고는 앙골라의 폭력과 위협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DR콩고와 우간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두 나라 사이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각 나라의 사정들이 합쳐져 이런 장면이 생겨난 것이다. 먼저 DR콩고 사람들이 앙골라로 가게 된 이유부터 살펴보자. 2016년 12월 31일, DR콩고 대통령 조세프 카빌라가 임기를 마치고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자 대대적으로 시위가 일어났고 수많은 국민이 살해되었다. 조세프 카빌라가 제시한, 그가 임기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DR콩고가 대통령 선거를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였다. 이런 코미디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심각한 정치불안 때문에 수만 명의 DR콩고인들이 앙골라로 이주하게 되었고,  그들은 앙골라에서 공식적인 체류허가증을 받아서 소규모 광산업(다이아몬드 채굴)을 하며 살아왔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앙골라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39년 장기집권의 독재자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2017년 8월, 주앙 로렌수가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 것이다. 전임자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의 꼭두각시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앙 로렌수는 자신의 정치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을 진행했고, 그 일환으로 광산업을 손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걸린 것이 DR콩고 이주민이었다. 주앙 로렌수는 앙골라의 루사파  지역에서 소규모 광산업에 종사하는 DR콩고 이주민들을 처리해서 앙골라 광산업을 장악하고자 했다. 앙골라 군대는 DR콩고 이주민들의 집을 태우고 집안에 있는 세간을 약탈해갔다. 정당하게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그들에게 다이아몬드 밀수업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워서 말이다. 이 모두가 앙골라 정부의 묵인 하에 벌어진 일이었으며, 놀랍게도 그들은 인권 학대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 / DR콩고와 앙골라 국경선 부근의 루사파 지역


이에 대해 DR콩고의  레오나르드 쉐 오키툰두 외무장관이 앙골라 정부에게 이 사태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DR콩고가 국제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앙골라 정부는 DR콩고 불법체류자들이 자발적으로 앙골라를 떠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나아가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은 그들의 다이아몬드 밀수행위가 도를 넘어섰다며 오히려 DR콩고를 비난하고 나섰다. 타국의 국민들을 무참히 살해해 놓고,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이는 앙골라가 DR콩고를 한참 무시하기에 할 수 있는 행위이다. 그러나 인간의 도리를 한참 벗어난 행태를 보인 앙골라의 미래도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그들이 DR콩고에 했던 그대로의 비참한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므로. 


자국의 국민을 이런 비참한 상황으로 내몬 조세프 카빌라는 여전히 대통령 자리에 있다. 그는 천주교의 중재로 2018년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17년에도 대통령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가 무산시킨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이번에는 한국의 전자투표 시스템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DR콩고 대통령 선거에 한국의 전자투표기가 사용되게 된 것인데, IT 관련 인프라가 낙후된 DR콩고에서 이것이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된 것이다. 심지어 ODA 일환으로 DR콩고 대통령 선거에 한국의 전자투표기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깨닫는 것은, 한 나라의 국력은 제대로 된 정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안정되고 국가가 평화로워야 경제가 바로 서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 다른 나라들이 무시하지 않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선행해야 하는 것이 온전한 정치의 실행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더불어 우리나라에 온 난민들의 나라들에서도 제대로 된 정치가 실현되기를 , 그리하여 그들이 그 어떤 나라의 무시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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