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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 마치 Jan 15. 2019

26. 내전과 에볼라로 고통받는 DR콩고 동부 사람들

2018년 11월 9일 ~ 15일

AFP / DR 콩고 베니(Beni) 시, 우간다 반군 세력에 의해 살해당한 사람의 장례식에 문상객들이 모였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1.


며칠 전, 언니가 물었다. “에볼라가 그렇게 무서운 거라며? 걸리면 다 죽는다면서?” 나는 치사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치료하면 나을 수도 있다고 대답해줬다. 더불어 진짜 문제는 에볼라가 발생한 DR 콩고에서 정부가 에볼라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수 달이 지나도록 종료되지 못했다는 점,  현재 내전이 진행 중인 동부지역에 에볼라가 발생해서 관리가 더 힘들다는 점, DR 콩고가 여러 국가와 국경을 면하고 있는데 국경 관리가 허술해서 다른 나라로 전파되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거라는 점 등을 얘기해줬다. 내 말에 한층 더 근심 어린 표정을 짓는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나는 웃으며 이 말을 덧붙였다. “전에 DR 콩고 사람들을 만났을 때 물어봤는데, (내전 지역이자 에볼라 발생지역인) 동부와 수도 킨샤사가 있는 서부 간 거리가 엄청나게 멀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그 나라 사람들도 걱정하지 않는데 뭘 그리 걱정해?” 하지만 언니의 걱정은 약간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난 그쪽 사람들이 여기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볼라 옮기면 어떡해.”  


[출처: JUM Drones Project] 원으로 표시된 곳은 콩고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키부 지역으로, 베니 시가 여기 속해 있다.


2.


위 사진의 설명에 에볼라라는 말은 등장도 하지 않는데 나의 생활 속 에피소드를 적은 건 바로 이 지역, DR 콩고 내전의 중심지인 베니가 에볼라 창궐 지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에볼라가 발생한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감염자 216명, 사망자 139명이 집계되었다.(출처:KBS)  내전으로도 모자라 에볼라의 위협,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를 외국군에 의해 잃는 슬픔까지, 인생의 여러 가지 고(苦)를 한꺼번에 겪고 있는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이, 적어도 내겐 슬픔을 마주한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운명을 갖고서 이 세상에 나왔기에 저들은 그런 엄청난 슬픔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근원적인 질문까지 하게 된다. 동시에, 그럼에도 그 고난들을 겪어내고 살아내는 저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마저 갖게 된다.


1996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거듭되고 있는 콩고 내전이 무슨 이유로, 어떻게 시작되었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누가 어느 편에 있는지,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복잡하고 이해되지도 않는 그들의 싸움을 내가 아까운 시간을 들이면서까지 살펴볼 가치가 없다. 중요한 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전쟁과 무관한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살해되었다. 연합통신 기사에 따르면 ‘전쟁은 현재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국제사회의 개입도 없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살인과 강간, 신체 절단 등 잔혹 행위가 벌어지며 마을이 불태워지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지옥 같은 삶을 마지못해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같은 DR 콩고 사람들도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외면하는 전쟁이다. DR 콩고 정부군과 반군과의 이해관계로 인해 앙골라, 짐바브웨, 나미비아(정부군 편),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반군 편)까지 합세해서 '아프리카 대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엄청난 전쟁을 국제사회도 시선을 돌리며 애써 잊으려 하고 있다.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유엔이 평화 유지군이 파견했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AFP / 화요일, 우간다 국경선 근처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베니(Beni) 지역에서 UN 평화 유지군이 순찰을 도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3. 


앞서 언니와의 대화를 이어서 이야기하겠다. 


에볼라에 걸린 사람은 그 나라 질병본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출국할 수 없고, 혹시 한국에 들어오게 되더라도 검역을  통해 걸러지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지만 별로 설득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언니를 통해 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었고, 조금은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다고 언니의 생각이 틀렸다며 비판하거나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사는 곳이 위험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아프리카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언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마을에 환자가 있다고 그 마을 사람들을 모두 환자로 간주해서 우리 마을에 오지 말라고 한다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


아무튼, 에볼라가 창궐한 이 지역 베니 사람들이 한국에 올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이곳 사람들은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표를 사고 다른 나라로 갈 여력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지 못하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지 못하면, 에볼라가 창궐하고 있는 곳의 사람들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만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심지어 DR 콩고의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이곳 사태의 위중함을 알면서도 이곳과 이곳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 



4.


불과 얼마 전에도 DR 콩고 에볼라 사태에 대해 긴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africamarch/21


당시에는 에볼라에 대해서만 썼는데, 너무 답답한 현실에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적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전까지 더해져서 더욱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과 에볼라로 신음하는 그곳 사람들. 하루하루 생과 사의 줄타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어떤 말도 그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설픈 위로는 그들에게 모욕감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만 있을 것 같은 그곳에도 젊음의 생기는 피어나는가 보다. 무거워진 가슴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다음의 사진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춤으로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고자 애쓰는 아이들의 기상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다.

  

AFP/ 현재 문제가 많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의 주요 도시인 고마(Goma)에서 이 어린 소년이 댄스 배틀 팀을 이뤄 경쟁하고 있다. (2017년 4월)


AFP/ 고마 댄스 페스티벌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는 청소년들이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전쟁을 잊게 하기 위해서 개최되었다.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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