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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록 Mar 21. 2022

스타트업에서의 2개월, 나는 무엇을 배웠나?

입사 2개월 차 주니어의 수습기간 회고글


집무실과 로켓펀치를 만드는 알리콘에서 일한 지 벌써 2개월이 넘었다. 수습기간도 종료되어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지금, 차분히 나의 두 달을 회고해보고자 브런치를 열었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라는 모호한 직함에 대한 나의 정의, 두 달간 배운 것들, 앞으로의 다짐 등을 담아보고자 한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정확히 어떤 일 하시는 거예요?" 집무실과 로켓펀치를 만드는 알리콘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있다고 말하면 항상 이 질문이 따라왔다. 가족, 친구는 물론 같은 회사 사람들도 종종 물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의 보편성 내지 범용성 때문일까? 나는 그때마다 난감한 얼굴로 주절거렸다. "음.. 저도 아직 알아가는 중인데요.. 회사와 우리의 서비스를 홍보하고.. (후략)"


나조차 회사에서 내 역할을 확실히 정의할 수 없었기에 더더욱 답하기 어려웠다. 두 달 정도 일을 해보니 이제야 조금씩 내 일의 윤곽이 보인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서 내가 하는 일의 목표는 크게 다음 3가지다.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우리의 정체성과 철학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기

결국 우리를 좋아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그 맥락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라는 나의 역할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브랜드와 고객을 잇는 통로


'알리콘은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브랜드예요' 보여주는 알리콘 팀원 인터뷰, '집무실에 담긴 우리 브랜드의 진심과 철학은 이런 거예요' 전하는 일을 대하는 자세 시리즈, '우리 공간에서는 다양한 자세로 일할 수 있어요' 말하는 홈페이지 개편까지 모두 그 길을 더 매끈하게 닦아두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2개월 동안 어떤 걸 배웠나?


수습기간 동안 일하며 배운 것들은 2가지로 정리해봤다. (인스타 #최기록회사에가다 해시태그로 나의 더 많은 워크 로그를 읽어볼 수 있다.)



탁월해지고 싶다면, 탁월하지 않은 시간을 견뎌야 한다.



사수 없는 스타트업에서 신입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건 '막막함'이었다. 킥오프 미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프로젝트를 함께할 팀원 간 R&R은 어떻게 잘 나누는지, 기획안은 어떤 플로우로 작성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큼직한 문제라면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볼 텐데 주니어의 고민은 의외로 사소한 곳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새긴 문장은 아래와 같았다. (집무실 인스타그램에도 소개되어 반가웠던 문장)


어떤 일이든 쉬워지기 전에는 어려운 법이다.


생각해 보면 걷기, 밥 먹기, 양치하기 등 지금 너무나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들도 어릴 때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머리가 좀 컸다고 다를까?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처음이 있다는 건 똑같은데.

 

어려움 앞에서 모른다,   없다 좌절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고민했다.  노션에서 다른 분들이 작성한 문서 참고하기, 동료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물어보기,  주제로 브런치  찾아보기  언제나 방법은 있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든 말든 노력해서 끝마쳐본 일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다음 단계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탁월해지고 싶다면 탁월하지 않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얻은 교훈이었다.




협업은 이해와 충돌, 설득의 연속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직무도 있겠지만, 회사의 많은 일은 협업을 요한다.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함께 일한다는 게 말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다르게 태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끼리 호흡을 맞춘다는 게 쉬울 리가.


나 역시 수습기간 동안 마케팅, 그로스, 개발 등 다양한 팀과 협업을 했다. 매번 어려웠다. 그래도 하나 배웠다. 누군가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거나, 모두의 의견을 다 귀담아듣는 우유부단한 태도가 득이 아닌 독일 수 있다는 사실.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은 다 함께 공유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진짜 좋은 결과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적합한 방안은 무엇일지 각자의 의견으로 충돌하고, 서로를 치열하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업무 초반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고민하기보다 나보다  오래 일한 분들의 생각을 흡수하고 배운다는 태도로 일했는데, 그게 답은 아니었음을 수습기간 동안 깨달았다.


조금 논리가 부족하더라도 계속 '나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 그걸 설득력 있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연습이 앞으로 더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될 실수와 실패.


수습기간 끝났으니 나의 우당탕탕 시행착오 역시 같이 끝나면 좋으련만,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규모  일을 책임지게 되면서   어려움과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래의 문장을 기억하자.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수고,
일부는 깨진 곳에서 강해진다.



부서지고 깨지길 두려워하지 말 것, 딱 이 마음 하나 들쳐 매고 다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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