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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록 Feb 16. 2022

스타트업 주니어 생존일기

조급해 말고 우직하게 나아갈 것


어젯밤, 퇴근하고 와서 오늘 끝내지 못한 업무를 생각했다. 일과시간 동안 계속 붙잡고 있었으나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던 기획. 전사적으로 중요한 이슈라 중압감은 어마어마한데, 제자리만 맴돌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화가 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 내가 에너지를 안 썼나?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배터리엔 이미 불이 들어온 상태. 내일 ‘완충’된 나로 다시 하루를 살아내려면 퇴근을 해서 쉬어야 하는데 몸과 달리 마음은 그게 쉽지 않았다. 미련 때문이었다.


씻고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아이디어 없나?’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고, 책을 읽다가 ‘이 부분을 내 기획에 접목해볼 수 없을까’ 궁리하며 딴 길로 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철푸덕 누워 그 미련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두려움과 의심으로 덩어리 진 찌꺼기가 가득했다.





티는 안 내도 사실 매일 아침 두려움과 함께 눈을 떴다. 오늘은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난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지만, 사실 내게 주어진 일조차 해내기 벅찬 것 아닐까? 과연 이 스트레스와 건강하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끝이 아주 날카로운 창들이 내 목을 스칠 듯 겨누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도 그런 질문들을 떠안고 퇴근하던 길, 폴인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흉내 내는 데 5년이었고, 제대로 경청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건 아직도 훈련 중입니다.


코칭, 강연, 컨설팅을 하는 회사의 대표도 첫 5년은 흉내만 냈고, 여전히 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이라 말하고 있었다.


이걸 읽으며 깨달았다.


내가 또 조급했구나.


나의 속도를 존중하기로 했으면서 또 남과 비교하고 좌절했다. 그리고 잊었다. '나는 왜 이거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이 '내가 그럴 리 없는데 말도 안 돼'라며 날 과대평가하는 오만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나는 절대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아마 그렇게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좀 실수하고 헤맬 때에도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냥 받아들이자. 모르는 건 적극적으로 질문해서 배우면 된다.


곁에 좋은 동료들이 많다는 걸 감사히 여기고, 어깨너머로 그들을 흉내 내다보면 언젠가는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생기지 않을까?





너무  것의 글인가 싶지만, 그래도  어떤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도 매일 일기를 썼듯 나도 매일매일이 전쟁인 스타트업에서 '나만의 난중일기' 남긴다 생각하며 그냥 우직하게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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