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일 잘하는 주니어의 특징 3가지
고민이 있거나 집중하고 싶은 대상이 생기면, 그 주제의 책을 사 읽는 편이다. 그런 내가 요즘 읽는 건 하지현 저자의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다. 회사 밖에서도 자꾸 일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온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초반 몇 장을 읽고는, 요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류의 비슷비슷한 책이네 싶어 책장에 꽂아두었었다. 그러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지난 일요일,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꺼낸 뒤 북타로처럼 손이 가는 페이지를 펴서 나온 페이지를 읽었다. (첫인상에서 감흥 없는 책이라고 느껴지면 종종 쓰는 수법인데, 이때 의외로 좋은 문장들이 얻어걸리기도 한다.)
그렇게 펼친 페이지의 소제목은 '중급으로 넘어가기 전에 꼭 거쳐야 할 것'이었다. 눈길이 갔다.
일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진 후에, 초보에서 중급 이상으로 올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학습 능력이 좋아서 잘 배우고 태도도 성실하며 열심히 노력하는데 어느 선을 넘어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무른다. 스스로도 벽에 부딪힌 상황임을 알고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이 일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존재론적 괴로움을 겪고 있다.
눈 깜짝 하니 4년 차 직장인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나의 Next Step은 무엇일지 자주 고민이 들었다. 비로소 초짜 티는 벗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누군가를 책임지고 이끌 리더 단계는 또 아닌, 애매한 경계에 서 있다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다. 1-2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분명히 일 잘한다고 할 만한 모습을 갖추었는데, 왜인지 불만족스러웠다. 은은하게 지속되던 결핍감의 이유를 알고 싶었다.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에서는 중급으로 넘어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것 3가지를 아래와 같이 꼽는다.
1. 완벽보다 완성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를 짓는 한 바퀴의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급 이상으로 넘어가게 하는 요령이다. 최상급자가 되었을 때는 완성도가 중요하지만, 초보부터 중급까지는 얼마나 많이 마무리를 해보았는지가 그 사람이 가진 전체 일 처리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2. 위임과 제거
다른 사람에게 일을 잘 맡기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 내가 모든 일을 다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맡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과감히 맡긴다. 그리고 내가 집중해야 할 일에 몰두해야 생산성과 완성도가 올라간다.
3. 자동화
항상 반복되는 일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혹은 적은 노력으로도 금방 해낼 수 있게 미리 준비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수고를 많이 반복하면 그 사이에 지쳐버리기 쉽다. 매일 1시간씩 들이던 일을 10분 만에 끝낼 수 있게 된다면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이 부분을 읽고, 요새 품고 있던 나 자신에 대한 불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게 됐다. 2번과 3번 때문이었다. (1번은 스타트업에 3년간 몸 담으면서 이미 체화됐다.) 어딘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고, 그 지점이 어디인지도 대략 알고 있으나,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임과 제거, 자동화 역량이 부족해서.
위임은 올해 들어 많이 시도하고 익숙해졌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이 퇴사하고 새로운 후임자가 오는 변화의 시기인지라 '여기서 이 서비스는 내가 제일 잘 알겠지' 생각하며 끌어안으려는 마음이 다시금 커졌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맡기고 나서 불안해하지 않는 것도 능력인데, 나는 타고난 성정부터가 의심이 많으니 정말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화는, 연차가 쌓여갈수록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기술이 발전하고 업무 효율성을 극도로 올려주는 여러 가지 툴이 개발되고 있지만, 그 존재를 모르거나 활용할 수 없다면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임을 매일 실감한다. '임팩트 있고 큰 일'을 하고 싶다면, 그렇지 않은 일은 과감히 더 잘하는 사람에게 위임하거나 자동화해야 한다.
완벽보다 완성, 위임과 제거, 자동화. 이 3가지 모두 일하는 사람, 특히 주니어인 지금의 내게 너무 중요한 역량이라는 걸 알지만 모르고 있었다. 그간 가려웠던 부분을 아플 정도로 시원하게 긁히고 나니, 당장 남은 9월의 목표의식이 분명해진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일 잘한다'의 개념을 재정의할 수 있었던 독서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