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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Aug 16. 2021

괜찮은 우물 하나를 더 갖게 해 준 한마디,

일기는 일기장에..


제가 저의 독특한 투자 경험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한 곳은 어느 유명한 주식 투자 커뮤니티였습니다.

 

당시 제가 글을 썼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그 첫 번째는 내 투자 방식이 과연 우연에 의한 특별한 성공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고 따라할 만한 합리적이고 괜찮은 방법인지를 검증받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기록하고 혹시나 스스로 놓치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다행히도 이 두 가지 목적은 한 동안 제대로 잘 충족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사람들도 일부 섞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것이 정상적인 토론의 형태라면 반론에 대한 첨언을 통해 내 생각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뭔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게 된다면 고쳐서 더 발전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쓸데 없는 감정의 소모가 필요한 경우도 많았던 것입니다.

 

그 중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기는 일기장에...’ 같은 말도 있었는데, 이 말은 결국 저에게 좋은 깨달음과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커뮤니티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 아래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 하는 공간입니다.

 

부동산 투자를 주제로 하는 커뮤니티에서 주식 이야기를 잘못 꺼내었다가는 위험한 도박을 조장하는 것으로 들리는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됩니다.

 

또한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현금 흐름 창출을 위한 단기 트레이딩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다가는 이적 행위로 간주되어 마녀 사냥을 당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연한 사고를 하는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투자의 행위는 수학 공식처럼 틀에 맞춘 듯 딱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 일들이 비일비재 합니다.

 

고정 관념 보다는 오픈 마인드가 훨씬 더 유리하고 생산적인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글을 읽는 입장에서야 이런 사람의 생각도 저런 사람의 글도 읽으며 사고의 틀을 넓혀 나가면 되겠지만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커뮤니티 안에 있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만 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내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 하더라도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는 말을 듣지 않을만한 그런 곳이 필요하겠구나.’

 

이런 생각 끝에 찾은 곳이 바로 블로그였습니다.

 

커뮤니티는 공공 장소와도 같은 성격의 열린 공간인 까닭에 말과 생각을 가려서 해야 합니다.

 

하지만 블로그는 개인 공간에 가까운 사적 장소라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장소의 성격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서 개인 블로그에 쓴 글에다 대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꼭 한 둘씩은 끼어 있기도 하지만 커뮤니티에 비하면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인 것이 사실입니다.

 

블로그는 개인의 생각이 오롯이 담겨져서 표출되는 공간인 만큼 커뮤니티처럼 내가 누군가가 정해 놓은 방향에 맞춰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조된 글과 생각들은 개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가 되고 이것이 광고 수익이나 책의 인세와 같은 상업적 결과로 이어질 경우에는 ‘퍼스널 브랜드’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쓰면 커뮤니티가 돈을 벌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면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어렵고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운영하는 것을 어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커뮤니티에 올리던 글을 그 장소만 바꾸면 되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이 익숙치 않더라도 방법은 많습니다.

 

댓글을 적을 정도의 수준만 된다면 다른 사람의 글이나 뉴스 기사를 공유하거나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짤막하게 전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맞춤법이 틀려도,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도, 너무나 독특해서 대중에게 공감 받지 못할만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그 누구 하나 뭐라 할 수 없는 그런 일기장 같은 공간인 것입니다.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 보면서 비문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블로그에 쓰는 글들은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은 자주 하면 익숙해지고 경험과 실력은 비례해서 늘어납니다.

 

글쓰기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많이 써 본 사람이 더 잘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야 말로 ‘돈이 들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실력 보다는 실행과 시작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일기를 일기장에 쓰면 추억이 되지만

일기를 블로그에 쓰면 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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