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일본의 거장 건축가, 후미히코 마키(Fumihiko Maki)가 지난 6일에 별세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최근 건축의 관심인 콘셉트나 공공적 요소가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 반면, 구축에 대한 관심이 섬세한 디테일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를 세계에 알린 대표작 스파이럴 spiral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시기가 일본 버블경제의 정점인 1985년 경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일견, 전체가 완벽하게 짜여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 건물의 구석구석을 탐색하다 보면 모든 요소들이 일사불란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계단의 디딜판마저도 세심하게 기획되어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의 세심한 디테일, 재료의 물성을 고려한 마무리,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문화적 코드를 발견할 때 그 사물의 품격을 느끼게 됩니다. 마키의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섬세함, 조심스러움, 그리고 배려가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흰 면장갑과 모자를 착용한 기사가 운전하는 크롬 휠의 검은색 자동차가 조용히 건물에 도착하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의 작품은 일본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지만, 건축어휘는 명백하게 서구의 모더니즘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도쿄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건축가로 성장한 그의 삶이 섬세한 장인匠人의 손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Kyoto / Fumihiko Ma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