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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늦은 사과

<부러움이란...>

by 차유진
미안해 손글씨

동생은 공부에는 재능이 없었다.

그 대신 유머가 있었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말을 얼마나 재밌게 하는지,

그 애 주변엔 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작은엄마를 닮아 음식 솜씨도 좋았다.

손이 커서 늘 푸짐하게 만들었고,

사람들과 나눠 먹는 걸 좋아했다.


그 애랑 있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늘 따뜻했고, 긍정적이었고, 정이 많았다.


그 애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애를 속으로 무시하려 들었다.


무식하다고.

만나는 남자들도 하나같이 별로라고.

결국엔 별 볼 일 없는 인생이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무너진 자존감을

덜 들키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애를 깎아내릴수록, 나는 나 자신을 숨길 수 있었다.


그런 나를 들여다보는 건, 부끄럽고, 참 미안한 일이다.


오래된 옛날 사진


동생을 그렇게 평가하면서

내 안에 어떤 예감을 억눌렀던 걸까.


동생의 현실은 팍팍했다.

엄마 아빠는 직업이 없고, 남동생은 사고뭉치.

빚은 몇천만 원 이상


결혼하면 처가 식구들까지 떠맡게 될 게 뻔했다.

어떤 남자가 그런 집에 장가를 오겠나 싶었는데,

정말 그런 남자가 있었다.


“괜찮아요. 나는 상관없어요.”


그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 모든 걸 감당할 능력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그렇게 깎아내리며 위로 삼고자 했던 그 아이가,

어쩌면 나보다 더 사람을 품을 줄 알고,

자기 삶을 긍정하는 법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동생의 결혼식 날,

나는 많이 부러웠고, 또 울었다.


그날 내 안에서 일어난 감정을

지금도 뭐라고 정확히 이름 붙일 순 없다.


다만 분명한 건,

그날 처음으로 내 감정의 질감들을

정직하게 마주했다는 것.


이 글은

그때의 나를 용서하고 싶어서,

그리고 동생에게,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고 싶어서 쓴 글이다.


“언니가 옛날에 정말 미안했어.

그리고 지금은, 진심으로 축하해.”


웨딩 사진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애를 부러워한 건 내 결핍 때문이었다.

누가 뭐라 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제대로 못 봤기 때문이란 걸, 난 늦게나마 인정하게 되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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