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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나 May 15. 2023

어휘에 예민한 두 작가가 나누는 대화

feat. 육감적으로 글을 대하는

'나가자.'

집 문을 나선다.

지도상으로 60m 떨어진 거리에 환한 카페가 하나 있다.

내가 그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 통유리로 되어  햇살을 가득 머금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오전마다 윤문한 원고와 노트북, 필기도구를 챙겨서 그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어제도 그 카페에서 원고 수정에 몰입했다.


이번 원고는 자꾸만 손을 대게 된다.

이미 윤문을 거쳐 한결 나을 텐데도 뭔가 눈에 계속 들어온다.

화창한 오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드는 문장은 바로 '단절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문장이었다.


단절하지 말아야 한다


계속 입으로 중얼거렸다.


말아야 한다? 않아야 한다?


사실 둘 모두를 써도 어법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난 글 안에서 흐름에 걸맞은, 혹은 더 어울리는 문장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이런 식으로 다가가 두드려보게 된다, 이번 수정 작업 유독.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비비 꼬던 나는 이내 원고를 덮었다.

골이 아픈 이유가 카페에서 빵빵하게 틀어놓은 에어컨 때문인지, 문장의 유려함 여부를 두고 하는 고뇌 때문인지 알지 못한 채 노트북과 원고를 싸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한두 시간 더 작업하다가 한숨이 튀어나와 하던 걸 멈췄다.


그리고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글로성장연구소를 함께 운영 중인 필영작가님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단절하지 말아야 한다 VS 단절하지 않아야 한다

필영작가: 둘 다 문제가 없는데요.(한글에서) 빨간 줄이 안 떠요.

나: 그래서 더 문제입니다. 어법에는 문제가 없는데.... 뭐가 더 자연스러울까요? 수정하다가 머리가 아프네요.

필영작가: 알게 되면 가르쳐주세요

나: 네


우린 종종 글에 대해, 문장에 대해, 그리고 어휘에 대해 논한다.

이번 수요일에는 시에 대해 감상을 나누기도 했다.


나: 필영작가, 마음과 물질 사이에서 서성이는 눈빛은 어떤 눈빛일까요?

필영작가:????

필영작가: 해석하기 나름이 아닐까요 앞뒤 문맥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기도 하고

나: 앞 문장과 연결이 안 돼서요. 이거 시거든요.


시를 읽다가 문장이 지닌 의미를 감 잡을 수 없어 묻긴 했지만, 사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정답을 찾는다기 보다는 같이 고민해 보고픈 마음이 더 컸다.

함께 고민을 쪼개다가 시가 지닌 핍진성과 개연성에 대한 관대함에까지 다다랐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가 글을 쓰거나 읽고 공부하다가 느낀 물음이나 통찰을 던지고 나눈다.

생활 속 대화에서는 자신이 익숙한 삶이라 놓칠 뻔한 문장을 상대방 덕에 건져내기도 한다.


이렇듯 글을 쓰다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결국 그 의문이 해결되지 풀리지 않을 땐, 내 직감을 믿는다.

매주 두 번에 걸쳐 글로성장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별별챌린지에 올라온 글을 선정하는데, 날이 갈수록 베스트글 뽑는 게 어려워진다.

그만큼 참가하신 분들의 글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에 끙끙대면서도 두 입가는 반대편으로 쭉 올라간다.

그리고 우리가 고민하다가 도저히 결정하기 힘들 때에는 둘 다 직감을 따른다.

직관적으로 좋았던 글, 가슴에 와닿았던 글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려면 글쓴이 안에 있는 육감이 발달해야 한다.


인간이 가진 여섯 가지 감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그리고 육감.

이 육감은 매우 중요하다.

작가는 예민하다, 아니 예민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감각이 지닌 날이 뾰족하게 서면 설수록, 참신하고 농익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육감글쓰기'가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겠다.

육감을 키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기에.


태어나서 올해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글 자체를 조금 더 배우면 좋을 테니 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하나, 올해 처음 글을 써본 것이 아니라면(그 형태가 일기든, 연애편지든, 위문편지든, 블로그든, 서평이든 상관없이) 이제는 육감을 키워야 할 때이다. 

육감글쓰기를 통해 한층 더 감이 섬세한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준비했다.


'무심한 듯 씩씩하게' 인생을 걸어가는 김필영 작가님과 '나는 왜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았을까'를 반문하다 하루 걸러 하루 성찰하는 삶을 사는 나, 최리나가 작년 말부터 준비해 왔던 수업이다.

총 8강 중 1강은 '실전묘사'로 필영작가님이 진행하실 것이고, 2강은 '구성과 구조'로 내가 진행한다.

이 1,2강만 잘 들어도 쏠쏠하게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내향형에서 외향형의 길로 성큼성큼 걷고 있는 필영작가님과 극외향형에서 내향인의 세계로 한 발짝씩 들여놓고 있는 나에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에 대한 책임감과 글에 대한 애정이다.

일할 때 느끼는 책임감 때문에 둘 다 두 발 뻗고 잠을 못하는 슬픈 현실이라 묵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번 수업을 맞이한다.


우리에게 글을 쓰는 이들과의 만남은 늘 설레고, 강의란 언제나 최선을 다 쏟아내야 하는 시간이다.

드디어 오늘 밤(5/15) 글을 사랑하는 분들과 '육감글쓰기'로 육감이 살아 숨 쉬는 글쓰기를 함께 해보련다.

글을 사랑한다면, 그리고 더 사랑하고 싶다면 함께 해보시기를.






육감글쓰기 신청은 15일 오후 9시까지 가능하오니 아래 링크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급자 글쓰기] 육감글쓰기 : 글로성장연구소 (naver.com)

글로성장연구소 단톡방 -> https://open.kakao.com/o/gNGM9tQd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육감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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