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a Dec 20. 2023

겨울, 첫번째 딸기 케이크

당신의 첫번째 딸기 케이크가 되고 싶어요



나는 디저트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베이킹을 시작한 이유도,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해온 이유도 모두 선물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입에 달콤한 걸 넣을 때보다 다른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을 때 기뻐하는 표정과 맛있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때가 더 좋아서 오븐을 돌린다.

단 걸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많이 만드는거냐며 다들 놀라지만 난 정말 즐거운걸.

그렇지만 나도 딱 하나 열심히 찾아먹는 케이크가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올해의 첫 딸기 케이크를 찾아나선다. 디저트를 자주 먹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번을 먹어도 꼭 맛있는 걸 먹고 싶기 때문에 신중하게 “올해의 첫 딸기 케이크”를 고른다.

발리에 있는 동안에는 코무기 제과점의 쇼트케이크를 먹었다. 딸기 케이크가 정말 먹고 싶다고 해도 발리 제과점에서 생크림 케이크 찾는 일은 하늘에 별 따기다. 맛있는 디저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나마 일본 마트 (파파야) 안에 있는 일본식 베이커리 코무기에서 파는 쇼트케이크가 가장 먹을만해서 가끔 사 먹었다.

올해 겨울은 한국이다. 디저트 천국으로 돌아왔지만 딸기 케이크 찾으러 다닐 일이 없다. 이제는 내가 딸기 케이크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케이크가 누군가의

“올해 첫 딸기 케이크”가 될 거라니 상상만 해도 두근거려서 매장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는 손이 달달 떨렸다.


커다랗고 새콤달콤한 딸기를 두껍게 잘라 시트 사이에 채우고 잘 숙성시킨 얼그레이 크림을 바르면 어른들의 딸기 케이크가 완성이다.

겨울이 되면 딸기 케이크 노래를 부른다는 세살배기 꼬마 손님에게 딸기를 듬뿍 얹은 생크림 케이크를 내줄땐 너무 행복해서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손님들이 인스타그램에 스토리 업로드하면서 올해의 첫번째 딸기 케이크라는 이야기를 써둔 걸 보며 감격에 젖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 누군가의 올겨울 첫 번째 딸기 케이크가 되고 있다. 행복하고 맛있는 케이크가 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브런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