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배려의 리더십은 여전히 강하다
2016년 나이 38세가 되어서야 창업을 준비할 때 처음으로 논어를 읽었다. 작은 독서모임을 하는 분들과 한 편씩 읽고 정리한 기억이 있는데, 지금까지 내 머리속에 하나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논어 위령공편 :
자공이 여쭈었다. “한 마디 말로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서 로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학창 시절에 한 번 들어 봤을수도 있었던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다.
논어를 읽을 당시에는 이 문장이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뚜렷하게 각인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실제 창업을 하고 다양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이 문장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
일단, 대표이사로써 행동가짐이 섰다.
대표이사라고 이것 저것 지시만 하면 되겠나?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회사의 대표이사라면 다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단 다 할 줄 알아야 위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들을 대할 때 저 문장을 생각하면서 솔선수범이라는 관점으로 대하고 행동했다.
내가 아직 100명 이하 몇 십명 단위의 회사를 움직여서 그런지 위임이나 관리라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능숙하지 못하다. 나는 아직은 내가 일을 하면서 개척하고, 실무를 뚫고 나가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내가 못할 일을 누구 다른 직원에게 가서 해오라고 말하는 것을 할 수도 없고, 해본 적도 없다.
지금도 매 순간순간이 생존의 위기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기소불욕 물시어인’ 이란 직접 행동하는 리더의 표상이다.
사실 우리 직원들은 내가 이렇게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은 도리가 있나? 내가 삼성화재를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매 순간순간이 도전이고 다 과제인 것을.
지금은 좀 과할지라도 내가 앞서서 몸소 리드한다라고 결정했다.
고객을 대할 때는 이 문장이 어떻게 다가올까?
‘기소불욕 물시어인’을 떠올리게 되면 고객사와 제휴를 할 때 지극히 고객을 위하게 된다. 내가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써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내가 이렇게 해서 매출을 냈고요, 당신도 이것을 도입하면 매출이 나올 것입니다.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가장 큰 행동규범이 아닐까 싶다.
회사를 운영하고, 고객을 늘 만나면서 이 문장이 점점 나의 머리와 가슴으로 체화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불교에서 들었던 ‘자타불이(自他不二)’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말과도 연관이 많이 되었다.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면 내가 과연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권할 수 있을까?
지난 6년의 창업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하면서 이 두개의 주제가 늘 상기되었고, 명심하려고 했다.
반면, 나는 이 과정에서 내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한 가지 알았다.
따뜻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남에게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 더 앞서다 보니 내가 스스로 한다, 내가 더 알아서 한다 이렇게 확장되면서 오히려 남에게 타인에게 교류를 제한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사람 사는 것이 때로는 의지도 하고, 약한 모습도 보이기도 하고, 부탁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너무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좀 대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야구에서 유명한 김성근 감독이 그랬다.
“리더는 혼자 밥 먹어야 한다. ”김성근 감독 본인은 20대때부터 선수 그만두고 감독이 되었고, 그 때부터 평생 혼자 밥을 드셨다고 한다. 특히 야구시즌 중에는. 리더의 위엄이기도 하고, 너무 깊은 정을 두었다가 선수를 공정하게 뛸 수 있도록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
물론, 내가 그렇다고 매일 혼자 밥을 먹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의 저 일화와 그 분의 말씀들을 들으면 공자의 ‘인’의 사상과, 불교의 ‘자비’사상을 따르는 것 같기는 한데 좀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것. 그리고 나도 그것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스스로 제기했었다.
어제 어떤 카톡방에서 현직 증권사의 부자들을 상대로 프라이빗 뱅킹 하는 선배님께서 ‘친구들을 위한 부자되는 법’강의를 연다고 공지 올린 것을 보았다.
갑자기 떠올랐다.
‘부자되는 법?’
절약 잘하고, 투자 잘 하라는 것인가?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묻는다.
‘인간관계 잘 하는 법?’
서로 실망감 주지 않고, 그렇다고 큰 기대도 주지 않고 적당히 유지하면 되는 것일까?
나이 40대 중반을 넘어서도 아직도 어렵구나 싶다.
하루하루가 매일 인간관계인 이 현실에서 정답이 무엇인지? 그것을 향해서 탐구하고 싶다. 그리고 정답의 삶을 살고 싶다. 100%는 안되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하루 작은 만남을 하는 모든 주위의 사람을 보면서 이 문장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