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1월에 병역특례 프로그래머 특기로 군대생활을 시작했다. 군대를 안 가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군 대체를 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내가 97학번인데 당시 내 또래의 상당히 많은 인원이 군대를 안 가고 프로그래머 생활로 군을 대체하는 수혜를 입었다.
97년도 말 국가가 IMF체제에 들어선 이후 정권이 바꼈다. 마침 폭발적으로 인터넷 시대를 향해 드라이브를 걸면서 군대가는 많은 청년들 중 일부를 프로그래머로 중소기업에 지원 했었던 것이다.
나도 그 무렵 군대를 가야 하는데, 아버지의 사촌동생께서 이런 정보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당시 내 마음은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있나? 싶었다. 군대도 안 가고, 사회생활하면 경력도 좀 쌓일 것이고, 돈도 좀 벌 것 아닌가? 싶었다.
나도 군대를 안가고 병역특례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자격증 시험이 있다. 정보처리기사 또는 정보처리산업기사이다. 산업기사를 획득한 이후에 이제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인터넷에 뜬 업체들에 이력서를 내고 지원을 했다. 낙방이었다. 난 전공도 수학교육과이고 심지어 대학교 3학년만 마친 상태라 다시 복학해야 했다. 컴퓨터 비전공자가 졸업도 안한 상태이니, 중소기업 대표가 된 현재의 내가 봐도 이 친구는 뽑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지원을 하기 전에 프로그램을 취미로 다양하게 개발해 봤느냐? 아니다. 전혀 프로그램 개발도 해본적도 없었다.
지금부터 계속된 낙방의 러시였다. 대략 6번쯤 떨어졌나? 7번쯤 떨어졌나? 눈치는 있어서 내가 현재 어떤 부족한 상태인지 알겠고, 면접에 가서 나름 말하는 멘트는 점점 나아졌지만 그래도 내 기본이 부족한 것을 어쩌겠는가.
그러던 중, 지금은 거의 안 쓰는 다음까페에서 병역특례 관련 지원해주는 까페를 만났다. 뭔가 특이했다. 병역특례 지원을 위한 하나의 회사 같기는 한데, 딱히 돈을 달라는 것도 안 보이고 설명회 같은 것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도 아니고 뭐라도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바로 다음 설명회를 찾아갔다. 병역특례를 취업하기 위해서는 나같이 일개 개인이 아무리 찾아다녀봐야 특별한 실력 없으면 취업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 사장님은 병특 사장님들간의 네트워크가 있고, 자기네가 리스트업 해서 쭉 뽑아서 보내주면 사장님들은 자기네 추천 리스트같이 검증된 사람만 보고 뽑는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혹할 만 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이 설명회를 마치고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거창하고 멋진 식당이 아니었다. 간단한 한식집이었고, 오징어 무국 같은 것에 밥 말아 먹은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사장님과 나 같은 지원자 여럿이 둘러 앉아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게 끝이었다. 헤어질 때 사장님이 정한 양식에 맞춰서 이력서 재수정해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송부 드리고 몇 일 기다리니 어느 회사에서 면접을 보자고 하신다. 그리고 바로 느꼈다. 면접 보는 순간 알았다. 자를려고 보는 면접이 아니고 사람이 급해서 바로 채용하려고 보는 면접이라는 것을. 난 바로 채용이 된 것이다. 이렇게 쉽게 병특 취업을 하다니.너무 놀라웠다. 병특 설명회를 해 준 사장님을 찾아갔다. 지금까지 이 분은 나에게 돈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사례 드려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랬는데 말씀이… 후에 성공해서 후배들 도와줘라고 하시는 것이다.
감동적이고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후에, 내가 사회생활을 겪고, 지금 대표이사 생활을 해보고 나니 저 로직이 뭔지 알게 되었다. 병특 설명회를 여셨던 사장님은 헤드헌터 였던 것이다. 신입전문 헤드헌터인 셈이다. 헤드헌터는 구직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채용을 해주면 성과보수로 고용을 한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보통의 경우 채용한 사람 연봉의 15%~30%까지도 받는다. 그러니 병특 설명회 사장님이 구직자인 당시 나를 비롯한 가난하고 불쌍한 청년들에게는 일절 돈 한 푼 안받았고, 밥도 먹이고, 이야기 다양하게 하면서 어느회사랑 맞을지 스스로 평가해서 보냈던 것이었다.
거의 6개월을 혼자 삽질하면서 취업 못하다가 이렇게 한 방에 취업을 하고 나니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당할 수가 없는 것이구나 어릴 때부터 일찍 깨달았다.
창업을 한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창업을 꽤 오래 준비했다. 삼성화재를 다니면서 무려 3년 2개월을 준비했다. 그리고 나름의 평가를 받고 확신을 가지고 창업 씬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퇴사를 하고 나서 현실로 나오니 내가 너무 뜬구름 잡는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보험회사를 세우고 싶어서 창업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가진 돈이 없었고, 사람도 없었고, 기타 리소스도 없었다. 그냥 뜻만 있으면 창업이 되고, 하나하나 펼쳐갈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단 하나 특징이 있다면, 전세계 저소득층을 위해 무료보험을 제공하겠다는 특이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창업 후 초기 6개월동안 내 뜻을 밝히고 투자자들에게 이런 이상을 함께 해달라고 말했더니, 좋은 생각이지만… 으로 끝났다. 현실은 다른 것이었다. 그들은 안된다고 봤다. 이때 지인 네트워크를 써서 우연히VC(벤처캐피탈)에 재직중인 리더급을 한 분 만났다. 지인이 나를 잘 소개해주셨고, 그 분과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은 내 이상은 너무 멀고, 내가 가진 현재의 장점과 재료만으로도 이렇게 저렇게 피봇을 하면 사업가능성이 보이겠다고 조언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는 철저히 이 분과, 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재구성을 했다. 저 멀리 구름 속에 가려진 보험회사를 세우겠다는 그런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차근차근 한 명 두 명 고객으로부터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철저히 VC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랐고, 감사하게도 같이 준비한지 4개월만에 VC투자금 3억, 정부지원자금 7억을 받아서 빠르게 10억의 재원으로 사업을 일으킬 수 있었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그 쪽 네트워크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인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꼭 대단한 최고의 스타가 아니어도 된다. 위에서 나에게 도움을 준 두 명이 아주 대단한 스타들은 아니었다. 그 분야에 나름 오래계셨고 그 분야를 잘 이해할 정도의 분이었다.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서 내가 들어가는 분야를 이해하고, 다시 교정도 하고, 재조정을 해서 달려나가면 된다.
마무리로,
내가 최근에 투고를 하고 감사하게도 몇 몇 출판사에서 만나고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셨다.
그때 난 이렇게 말씀 드렸다. 내가 사회생활 및 사업은 이렇게 오래 해왔지만 출판이라는, 책을 내는 영역은 초짜이기 때문에 나는 지금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를 잡고자 투고를 했다고 했다. 내가 고작 두 달도 안되서 완료한 원고를 그대로 출간할 계획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했다간 망하는것도 당연하다.
나는 지금 나의 파트너를 찾고 싶다고 했다. 내가 출간을 할 수 있는 파트너, 그리고 나에게 책, 출판시장은 이런 곳이다를 알려줄 파트너를 찾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그에 맞춰서 원고는 싹 다 재조정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린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들어가는 것은 이렇다. 가장 빠르게 그들의 네트워크에 들어가고, 거기서 체화하면서 수시로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이 당신의 첫걸음, 첫도전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지금 당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의 실전 네트워크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의 세계에 침투할 당신만의 전략을 오늘부터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