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류승룡이 연기한 대기업 25년차 김부장 관련 영상도 많이 뜨고,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예고만 봐도 느낌이 와서 사실 드라마는 볼 수 없었다. 이게 지금 다 내 동기들 이야기이고, 내 선배 형들 이야기여서. 마냥 즐겁게 볼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내가 커리어 처음으로 27세에 한화생명 입사해서, 후에 삼성화재 다닐 때까지 내 또래들이 20년차이다. 그리고 우리를 열심히 지도해 주시던 선배들이 25년차이다.
예고편이나 유튜브 숏츠만 대강 봐도 25년차 김부장이 결국 염원하던 임원이 못되고 구조조정 되어서 쫓겨나고 작은 회사로 옮겨가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같았다.
지금 잠시 머리속에 떠올려봤다. 내가 그렇게 오래 직장생활 했는데 대기업 임원까지 간 선배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정말 한 줌도 안되는 인물들이 떠오른다. 그 많던 선배들은 지금 다 어디 계실까?
보험상품을 만들던 계리사의 관점으로 이야기하면 인간은 누구나 한 번은 죽는다. 그래서 사람이 언제 어느 확률로 죽는지 사망률 그래프가 있는 것이고, 이것을 상품화 한 것이 종신보험이다. 반드시 한 번은 보험금을 받게 되어 있다. 100세가 되었든 130세가 되었든 죽게 되어 있으니까. 계리사들은 후에 나갈 보험금을 현재가치화 해서 보험료를 매달 얼마씩 내면 보험회사가 망하지 않고 고객이 만족스럽게 보험료 낼 지 결정하는 것이다.
앞에서 김부장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는 반드시 한 번은 퇴사하게 되어 있다. 나처럼 27세 이 무렵에 입사해서 15년, 20년 평생 한 직장만 다닌 사람들이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다. 이런 분들이 꼭 아셨으면 좋겠다. 당신은 반드시 한 번은 퇴사하게 되어 있다고.
많이 줄었지만, 내가 어린 사원급일때는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선배를 너무 많이 봤다. 나는 몇 번의 이직을 하면서 커리어를 이뤘기 때문에 한 회사에 쭉 다니면서 성장한 선배들의 그런 모습에 대해서는 조금 못 마땅하기도 했다.
나는 삼성화재 재직중 비교적 이른 나이인 38세에 퇴사를 결심했고, 나름의 준비를 거쳐서 41세에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그리고 47세가 된 지금도 내가 만든 회사에서 내 스스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했던 이 경험을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우리 모두 한 번은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라는 아늑한 보금자리는 계속 돌아가는 곳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더 젊고 쌩쌩하고 능력있는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는 곳이다.
중국역사에서 강태공이 72세에 주 문왕을 만나 재등용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가뜩이나 AI가 도입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게 일자리를 바라보고 있고, 떨고있는 요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반드시 죽고, 한 번은 반드시 퇴사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빠르게 인정해야 한다. 김부장도 퇴사하자 마자 제안받은 월급이 200만원쯤 되는 것 같았다. 맞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를 그만 두면 사실상 내가 받을 수 있는 월급은 최저시급을 반영한 약 200만원 수준이 맞다. 그것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내가 여기 그만둔다고 해서, 다른 회사를 못 갈 것 같아?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갈 수 있다. 그런데, 한 바퀴 두 바퀴 더 돌아봐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결국 당신을 지켜주던 아늑한 일자리, 아늑한 회사는 당신을 벼랑 끝으로 떨어뜨릴 것인데.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운 좋게 정년 채우고, 연금으로 200만원 이상 따박따박 나와주는 사람이라면 이런 걱정 안해도 된다. 주로 공무원과 군인이 여기에 속한다.
현재 재직중인 공무원과 군인이 약 160만명이다. 은퇴해서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 수급받는 사람을 다 합쳐도 200만명이 안된다고 나오는 것 같다. 대략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을 500만명이라고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알아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 길게 살아야 하고, 정말 긴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리고 젊을 때 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당장 퇴사를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 역시 창업을 하기 위해서 3년 2개월이나 준비기간을 거쳤다. 그렇게 해서 어느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내가 창업을 할 때의 마음가짐을 하나 공유해주면 나는 시간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든 10년정도 창업하고 버티면 앞으로 평생할 수 있는 일거리는 스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늑한 일자리였지만 삼성화재에서 편안하게 보험상품 만들던 곳을 41세에 박차고 40대는 야생에서 버티자하고 나왔던 것이다.
나처럼, 김부장처럼 반드시 한 번은 나와야 한다. 근데,나왔을 때 내 몸, 내 체력, 내 에너지가 어떤 상황일지를 꼭 염두에 두는 것을 바란다.
마지막으로, 그럼 나와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라고 외치는 분을 위해서 한 가지 조언을 하려고 한다.
미래를 대비하고 싶고, 창업하고 싶고, 나오고 싶으면 단 하나, 책을 보라고 권한다.
유튜브에서, 온라인에서 알려주는 숱한 창업강의, 창업영상 보지 말고 일단 책을 집으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책이든 좋다. 내가 스스로 일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의문에 답하면서 하나씩 찾아가야 한다. 근데 왜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이냐면, 책을 읽어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한 글자, 한 글자씩 따라가면서 나에게 맞춰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고 싶으면 사업가가 쓴 책을 보는 것이고, 전업투자자가 되고 싶으면 투자자가 쓴 책을 보면 된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눈 앞에 싹 나타나는 정보는 내 것이 아니다. 읽고, 나에 대해서 써보고,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서 확신하는 시간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창업준비를 시작했다. 난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정주영, 이병철, 유일한 이런 분들의 책을 읽었다.도대체 사업은 무엇인지? 사업가의 마음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넓혀 가는 것이다.
창업을 결심하고 약 200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내가 무슨일을 평생 죽을때까지 해도 될 지 확신이 섰다. 할 일을 정하는데만 1년 7개월이 걸렸다. 그렇기에 내가 앞에서 말했듯이 서두른다고 될 것도 아니고,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라고 권하는 것이다.
지금 김부장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움찔한 사람이라면 당장 책장에 있는 책 한 권이라도 펼쳐보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