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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Nov 12.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하며 사랑할 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지브리의 신작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의 은퇴 번복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필자에게는 극호였다. 주제가 명료하고 연출은 화려하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영화가 단순하지도 않다. 지브리 특유의 기괴하고 깊숙한 메타포들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에도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기에도 좋은 영화였다고 본다. 다만,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의 콘텐츠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1. 주제


Q.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A.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연대로 살아갈 것이다.


  불완전한 세계라도, 악의로 가득 찬 세상이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주변을 지키고 보살피며 살아가자. 주인공 마히토는 이세계에서 큰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큰할아버지 앞에는 13개의 조각으로 쌓아 올린 아슬아슬한 탑이 있다. 13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동안 발표한 작품 수와도 같다. 탑은 아마도 하야오 할배가 작품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유토피아 세계관을 의미하는 거겠지.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 이번 영화도 같은 주제 의식 아래에서 '난 이렇게 살아왔는데 넌 어떡할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13개의 조각으로 다시 탑을 쌓아보라는 큰할아버지의 제안에 마히토는 이렇게 답한다. 본인의 머리에 난 상처를 가리키며 '저에겐 이미 악의가 있어 순수한 마음으로 조각을 쌓아 새로운 탑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돌아가 친구들을 만들 겁니다.' 불완전한 세계에서 불완전한 우리가 만나 더 나은 삶과 세상을 꿈꾸며 그저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세상이니까. 하야오 할배는 오늘도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큰할아버지가 마히토에게 탑을 다시 쌓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물을 때 스크린 가득 담긴 큰할아버지의 눈빛이 꼭 관객을 향해 묻는 것 같아서 저릿하게 와닿았다.



2. 연출


  두 시간이 넘어가는 러닝 타임인데도 2D 애니메이션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지브리 특유의 화려하고 기묘한 연출로 가득 차있다. 생동감 있는 장면 구성과 다양한 동물들의 출연으로 화면이 가득 찬 느낌을 받는다. 지브리 전작들을 오마주한 요소도 많이 등장한다. 지브리 덕후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반가운 기분이 들 것이다. 몇 개만 이야기하자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센과 치히로의 동굴 모티프와 뒤돌아보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지브리적 클리셰가 있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지구본-요네즈 켄시' 노래가 압권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물론 주제의식과도 연결되는 가사로 심금을 울린다. '계절 속에서 엇갈리며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 바람을 받으며 달려 잔해 더미를 넘어 /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났어 / 그 날과 변함없이 다정한 얼굴로 지금도 어딘가 먼 곳에 / 비를 맞으며 노래해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 손이 맞닿는 기쁨과 손을 놓는 슬픔도 끊임없이 그려나가 지구본을 돌리듯이'



3. 불호를 느낄만한 배경적 요소들


  시간적 배경은 1930년대이고 주인공은 군수회사의 아들이라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 보기가 어렵다. 마히토의 엄마가 죽고 동생인 나츠코와 재혼하는 형사취수제 또한 우리나라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기도 하다.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한 편 또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른 속 아이를 위한. 세상을 알아갈수록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사람 사이의 사랑과 연대를 믿고 선한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허영 가득한 낭만인 건가 자조적인 생각이 들 무렵마다 이렇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동화가 꾸준히 나와줘서 반갑고 고맙다. 세상의 그 무엇도 절대 선이 될 수는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있는 것처럼. 악의가 가득하고 불완전한 세상일지라도 나 자신이 바로 서고 또 타인과 건강히 연대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선한 영향력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우리의 삶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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