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되지 않은 부분의 정체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글 내 데이터와 분석은 작성자 1인에 한정되어 데이터 정합성이 낮음을 안내해 드립니다. 더욱 정확한 값을 위해서는 타깃 사용자 코호트 내 5인 이상 대상의 다이어리 스터디 등을 분석해야 합니다.
세상엔 별처럼 많은 게임 장르가 있고, 장르끼리도 다양한 깊이로 서로 변주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게임을 만들 때는 설정한 장르, 방향과 타깃 플레이어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 취향과 범위가 다양해지고 개인화된 근래의 게임 시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해서 예측하기 어려운 운은 제하고, 일반적으로는 겨냥하는 플레이어 집단에 얼마나 잘 맞췄는가가 게임의 성공을 좌우한다.
나는 하데스 2가 겨냥하는 주요 플레이어 집단에 속해있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하데스 1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으로 얼리엑세스 할인 사실을 알았을 때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이는 사용자 관점에서 게임을 살펴볼 좋은 출발이 되었다.
나의 플레이어 프로파일
- 선호 플랫폼 - PC
- 선호 게임
성장/학습형 로그라이크 게임 선호: Dead cells, Darkest Dungeon, Skyhill 마지막 보스까지 클리어. 다만 Dark soul 등 프롬 소프트웨어식의 게임플레이에 집중한 로그라이크는 제외한다.
그 외 생존 시뮬레이션 게임 선호: This war of mine, Raft, Frostpunk, Rimworld, Enshrouded 등
구매 가능 범위 - (충분히 고민한 후, 싱글게임 한정) 3만 원까지 소비 의사 있음
- 구매 결정의 주요 요인: 주변 게임업계 종사자의 추천 여부. 실패 확률이 낮고 대체로 비슷한 결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하데스 1도 그렇게 접했다.
- 하데스 1 플레이 여부: 전작을 오래 플레이했을수록 하데스 2에 좋은 인상을 가질 확률이 높다. 마지막 보스를 다 회차 클리어해 진엔딩까지 확인했다. 이후 엔드콘텐츠인 NPC 간 서사 퀘스트 일부 및 집 내부 꾸미기를 하다 그만두었다.
- 서브컬쳐에 익숙한지: 전반적인 서브컬쳐 시장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정보는 없을뿐더러 모수가 적어 일반화는 어렵지만, 선호 게임 장르나 전작 플레이 여부가 유효한 지표이지 않을까 유추해 볼만하다. 로그라이크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비교적 흥미를 느낄 가능성이 높으며, 때문에 새로운 장르의 로그라이크를 경험하는 의미에서 1 혹은 2 둘 다 꼭 해보라고 추천했을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때문에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예상하건데 초반 게임시스템 학습 과정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게임의 목표인 최종 보스 클리어까지 2주간 매일 일정한 시간을 플레이하고, 이를 토대로 사용자 여정 지도*를 그려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았다. 사용자 여정 지도는 UX(사용자 경험) 분석 도구로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하데스의 경우 싱글 게임으로, 사용자 여정 지도를 그릴 때도 한국 플레이어가 많이들 익숙한 온라인 F2P(Free to Play) 게임과 양상이 조금 달랐다.
온라인 F2P 게임의 경우: 게임 자체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기보다는 분기별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 플레이어마다 분기별 목표가 다르다. 이를 위한 매일의 일정한 루틴이 있는 편이다. 게임 안팎 플레이어 그룹별로 몰입과 동기부여 요소가 다양한 편이다.
스토리 기반 싱글 게임의 경우: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한 네러티브 기반 분기를 기준으로 강한 목표가 형성된다. 온라인 게임보다 몰입과 동기부여를 이끄는 요인이 비교적 게임 내에 한정되어 있다.
사용자 여정 지도를 통해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가 실현되었는지, 즉 가지고 있던 가설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도울 것이다.
하데스 시리즈의 코어인 실패를 성장으로 뒤집기
하데스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최종 보스까지 일직선의 도전 단계가 존재하고, 지속적인 실패와 캐릭터의 죽음을 토대로 역설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게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데스’의 자손이라는 설정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기반한 세계관은 이 구조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최종 보스 클리어까지 필수적으로 거치는 지루한 실패의 반복을 발견과 탐색으로 치환한다. 아르카나 업그레이드, 목숨 추가는 개중에 중심축이라 할 만 하다.
새로운 요소 또한 추가되었는데, 플레이 초반에는 전작과 비교해 변화된 요소를 탐색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아르카나는 기존에 없던 장착 제한을 추가함으로써 전략적인 재미를 더했다. 지상, 챌린지 등 중반부터 접근할 수 있는 게임 모드는 기본 모드 대비 짧거나 중간 길이의 호흡을 가지고 있어, 하루 1번의 플레이를 1시간가량 한다는 루틴에 다른 선택지를 추가해 주었다. 채집은 상호작용이 추가되어 깊이를 더했다.
플레이어 커뮤니티를 통한 자체적인 캐릭터 서사 강화
서브컬쳐 팬덤을 형성할 만큼 흥미로운 캐릭터 및 세계관도 전작의 강점이며 하데스 2에서도 잘 연계 및 강화된 요소다. 이는 하데스 IP 팬덤 내 자체적인 이야기 전개 및 이미지 재생산으로 자연스럽게 신규 플레이어를 이끄는 요인이 된다. 활발한 서브컬쳐 팬덤은 게임사에도 좋은 자극을 준다. 사용자 반응을 알 수 있는 가장 가깝고 직접적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 혹은 기존 캐릭터의 후일담을 볼 수 있기에 전작을 한 플레이어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 모두에게 발견의 재미를 준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시스템인 온천 나들이는 이러한 서브컬쳐의 원조인 일본 게임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요소로 북미 게임에 추가된 것이 다소 신선했으나 납득할 만했다. 별도 아이템을 통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다양한 퀘스트 디자인을 추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또한 주인공 외 캐릭터들과의 직접적 상호작용이 추가되었다. NPC로 플레이할 수 있다거나, 마을에서 움직이는 NPC거나, 최종 보스 클리어 후 작은 혼령이 따라다니는 것 등이다. 작은 부분일 수 있으나 활력을 주며 기능 구현 후에는 다양하게 쓰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다만 아쉽게도 전작에서 반응이 좋았던 삼두견 켈베로스 쓰다듬기는 빠졌으나 이후 정식 출시를 기대해 볼 법 하다.
초반 플레이는 좋은 몰입감을 가지고 있으나, 중후반 3번째 보스 ~ 마지막 보스 1단계, 마지막 보스 1단계와 최종 2단계 사이는 정체감으로 인해 플레이 의욕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플레이 동기는 단계별 보스 클리어 및 새로운 요소 획득에 따른 고양감이기 때문에, 이 목표들이 정체되고 이에 따라 플레이가 반복된다고 느끼게 된다.
또한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겠지만, 지하 최종 보스 클리어 이후 플레이 동기부여가 약하다. 최종 보스 클리어 이전과 이후의 게임 지속 의사는 확연히 차이 난다. 아쉽게도 새로 추가된 지상과 최종 보스가 그만큼의 동기를 부여하진 않는다.
How might we make players leave the game as late as possible to play more content?*
앞서 사용자 여정 지도를 통해 플레이 지속을 방해하는 몇 정체 구간이 있음을 발견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사용자 경험을 긍정적으로 끌어올린다면 사용자들은 더 게임을 재미있게 느끼고 오래 머무를 것이다.
정체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신규 콘텐츠가 열리거나 단기 목표가 달성되면, 장기 목표까지 더욱 오래 잔존할 것이다. 다음 단계 보스를 클리어하는 데에 드는 평균 소모 시간을 줄이거나,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추가 혹은 체감할 수 있도록 밸런싱하는 등의 방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지하 최종 보스 클리어 이후 구간도 마찬가지다. 게임 시스템이든, 네러티브든 지상 최종 보스 클리어와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다 회차 클리어를 위한 시스템 혹은 네러티브의 추가가 필요해 보인다. 추정하건대 얼리엑세스의 목적이며 전작에서 보여줬던 장점이니 기대를 걸어 본다.
초반 다소 학습이 느리거나 헷갈린 게임 시스템들이 있다. 마력은 초중반 강한 스킬 사용에 필수적이나 10회 이상 플레이를 한 다음에서야 자동 충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록 영혼 수집은 수집을 위한 미니게임 조작 인지가 직관적이지 않아 초반 한두 번 헤맸고, 식물이 자라는 시간은 실제 시간이 기준인지, 게임플레이에 든 시간이 기준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UI 사용성 개선으로 단기적으로 게임의 몰입을 강화할 수 있는 지점도 몇 있었다. 양성 각성의 연속적인 개념이나 재화 개수 표기는 직관적으로 알아채기 어려웠다. 아르카나에서 의도적으로 제한까지 전부 채우지 않을 때, 경고 팝업이 자주 뜨는 것이나, 설정에서 '포기'를 눌렀을 때 훈련장이 아닌 메인화면으로 나가는 흐름은 고치면 보다 편할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를 움직일 때 도라의 인식 범위가 좁아 말 걸기 어려웠고, PC 키보드로 플레이 시 쓰다듬기 등 자주 사용하는 행동에 설정된 T가 검지에서 멀어 불편해 다른 가까운 키였으면 했다.
다수 플레이어의 정량적인 데이터가 실제로 상기 정성적인 추정을 뒷받침한다면, 이는 개선의 근거가 되며 동시에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는 유효한 지표가 될 것이다. 당연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지표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
보스 클리어가 지속적으로 정체되고 새로운 콘텐츠가 열리지 않는 구간에서 만족도 혹은 재미가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이에 관해 아래 두 지표를 살펴보면 유의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각 보스 클리어 + 각 콘텐츠 해금의 평균 도달 시간과 잔존율
각 회차 직후 감정 변화 (캐릭터 사망 직후 만족도 설문조사 삽입) / 평균 감정
마지막 보스 최초 클리어 시 게임에 대한 몰입과 지속 의사가 극적으로 내려간다. 이 구간을 잘 완성하기 위해 얼리엑세스를 통해 플레이어 피드백을 받으려 한 것이겠지만, 마찬가지로 숫자를 통해 이를 볼 수 있다면 좋은 통찰을 줄 것이다.
마지막 보스 최초 클리어한 플레이어 비율과 마지막 보스 2회차 클리어한 플레이어 비율 비교
** 다이어리 스터디는 장기적인 사용자 행동과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행하는 사용자 연구 방법론 중 하나. - Diary Studies: Understanding Long-Term User Behavior and Experiences / NNgorup*
** 사용자 여정 지도는 사용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시각화한 것. 일반적인 UX 도구 중 하나로, 다양한 형태, 크기, 모양으로 존재. -* Journey Mapping 101 / NNgroup
** HMW Question: How might we Questions, 1970년대 P&G의 민 바서더(Min Basadur)가 차별화된 '비누'를 기획하기 위해 처음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구체적 아이디어 발산을 목표로 하는 질문 방법 - Using “How Might We” Questions to ideate on the right porblems / NN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