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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Apr 30. 2023

정부지원사업의 후회 없는 마무리

후회란 말은 내겐 없는 것

아프기 전 지난 7년간 벤처기업이자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정부지원으로 누렸던 것들 중 최초란 수식어가 붙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자랑스러운 수식어 덕에 뇌경색이란 질병을 얻어 자발적 백수생활을 시작된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가 최초라 자부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2018년 재도전성공패키지'에 선정되어 국가지원금액이 최고  5천만 원이었던 것을 우리 회사가 최초로 1억 원을 받은 것이다. 지금이야 1억 원이란 정부 지원 금액이 우습게 되었지만 당시엔 정말 파격이었다.

두 번째로 전라북도 최초로 고무가 인쇄되는 산업용 3D프린터를 도입했고 정부지원금으로 재료비포함 1억 원 정도를 들였다. 물론 자부담이 있긴 했지만 큰 금액은 아니었다. 지금은 이런 걸 도입한다고 하면 큰 일 날 거다.

세 번째는 애플의 컴퓨터인 아이맥프로를 주문제작형으로 1500만 원에 구매했는데 당시 경차 마티즈 최고급형의 가격이 그 정도 했던 거 같다. 당시에 애플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커스트마이징 형태로 제품의 스펙을 최고사향으로 오더를 넣어 제작을 하니 그 가격에 놀란 콜센터 직원이 묻더라.


혹시? 뭐 하는 분이세요?


노트북인 맥북 프로 역시 주문 제작형으로 500만 원을 들여 구입했다. 지금도 이 기기를 나쁘지 않은 퍼포먼스로 사용하고 있으니 비싼 게 내구성도 좋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그게 벌써 구입한 지 5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절이 변해서 내가 말하는 이런 고사향의 연구개발 장비를 구입하기란 힘들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입할 수 있었냐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자, 우선 당시에는 국가 지원사업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였고 또한 그런 시기에 그 누구도 시도치 않은 것들을 실험적으로 연구개발에 진행했고 또한 그에 따른 성과를 창출했으며 마지막으로 사업주관처가가 원하는 매뉴얼대로 신뢰를 제공하며 지원사업에 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요즘은 정부지원사업이 대중화가 되어서인지는 몰라도 지원금을 꼭 '눈먼 돈'이라 칭하며 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신고 포상제도도 있는 걸로 아는데 과연 정부는 이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것인지?


좌우간 이 글의 결론은 내 몸을 이렇게 만들었다 생각하는 정부지원은 다시는 받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은 내 건강을 담보로 지원받은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도 그런 것이 수십 장에 달하는 지원사업의 사업계획서를 밤새도록 작성해서 그걸 또 서류 평가 발표일까지 당락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하고 서류평가가 통과되면 또 대면 평가에 가서 10여 명의 박사나 교수들을 설득하려고 애간장을 녹였으니 이게 다 내 건강 팔아 받은 돈이 아니냔 말이다. 정말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이제 떠나는 마당에 연구개발사업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이 지원금 모두 국민 세금이니 제발 잘 사용했으면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정부도 그저 지원금을 노리는 지원금 헌터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정부지원사업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연구원이나 연구소라며 고도화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본인들 인건비를 따먹는 연구원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또 내가 창업진흥원의 심사위원으로 위촉이 되는데 7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이번에 지원사업 심사를 하러 가보니 7년 전 나를 심사하던 분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라. 그리곤 자랑스럽게 자신이 사업계획서를 써줘서 어느 기업은 몇 십억의 정부지원을 받았다 자랑한다. 정말 심사위원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변했고 또 그 고인 물들 이 사업계획서를 써주고 또 심사를 한다니 이건 좀 아이러니하지 않나? 

최근 연구개발사업비를 정부가 줄여서 연구원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한 가지. 연구비를 연구 개발에만 활용해야지 '야근식대' 그리고 '교통비', '회의비' 같은 곳에도 적용을 하고 지출을 하고 있으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다. 개인적으로 쓰이는 업무상 활동비들은 본인들 회사에서 경비처리를 해야지 왜 이걸 연구개발 사업비에서 지원을 해주나? 거기다 해외 전시회에 구경 나가는 경비까지 왜 다 결재를 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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