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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Oct 15. 2023

교회

난 날라리집사

코로나시절,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주에서 꽤 큰 교회의 집사였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믿는다. 사실 돌아가신 울 아버지 영향이 커서 20대에 집사 직분을 받기는 했지만 난 날라리 집사였다.


최근 집 근처에 있는 교회들을 전전했다.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큰 병을 이겨낸 감사함도 있겠지만 교회에 다시 나가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다니던 교회를 가면 되지 않는가? 라고 반문 하신다면 내 건강상 문제로 기존 전주 시내에 있는 교회는 좀 멀어서 출석하기가 힘이 든다고 핑계를 대본다.


이런 이유로 집 앞에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교회를 몇 주간 출석했다. 이 교회는 여호와증인들과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대립 중이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목사님은 표면상으론 장로회적으로 좀 딱딱한 설교를 하신다. 근데 그게 또 내 맘속에 울림을 주더라고… 거기다 성경적 해석이 현실적이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독교를 말하신다. 하지만 설교 시간은 좀 길다. ㅎㅎㅎ


신기하게도 목사님의 설교를 듣다 보면 생각나는 또 한 분의 목사님이 있다. 바로 그는 내가 과거 신장수술을 받았을 때 만났던 전주 옛길 교회의  ‘황철민 목사님’이다. 우연히 그와 같은 병실을 썼고 수술 후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웃고 있는 이가 바로 그였다. 그는 내게


“물을 못 드시니 목마르시죠?”


라며 자신도 엄청난 교통사고로 아주 중환자인데 나를 위해 자신의 물통에 물을 받아 내입에 빨대를 물려주고 또 내 입에서 나온 그 더러운 물을 직접 받아줬다. 그때 그의 모습은 꼭 수염이 덥수룩한 게  거친 애굽땅에 서있는 젊은 예수의 모습 같았다. 당시,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워 힘들었던 시간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황목사님 덕에 내 타는 갈증을 해결할 수가 있었던 거다.


요즘 몇 주간 집 앞 교회에서 노 목사님의 현실적이며 울림이 있는 설교를 들으니 투병 중에도 이단종파들과 싸우며 고군분투하고 있을 황목사님이 생각났다. 내겐 참 고마운 분인데 최근에는 연락 한 번을 못했다. 꼭 힘들 땐 열심히 신앙에 의지하다가 결국 힘든 일 다 끝나면 기도하지 않는 내 모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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